[스프] 하반기 부동산 시장 '뇌관'은? 터지면 여기서 터집니다

손승욱 기자 2023. 4. 1. 1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5조 부동산 PF와 갭투자가 가져온 역전세의 그림자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위기설'의 근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2가지입니다.

하나는 미분양 증가에서 시작된 '부동산 PF 위기', 또 하나는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난'입니다. 모두 부동산 가격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는 한데 자칫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어 정부 관련부처는 물론 거의 모든 경제 전문가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115조 원에 달한다는 부동산 PF 구조와 부실의 이유, 그리고 한때 월 2만 호씩 늘어났던 갭투자가 가져온 '역전세의 비극'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서는 이 2가지 복합 위기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문가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부동산이 '한창' 좋을 때 '잔뜩' 빌려줬더니…

낯선 용어, '부동산 PF'의 정의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란 독립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 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

즉, 시행사가 아파트나 사무실처럼 주거, 비주거, 기타 용도의 '부동산 개발'을 하는데 돈을 빌리고 갚는 금융 시스템을 말합니다. 구조가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PF발 부동산 위기설'은 아래 간단한 표만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합니다.


이 표의 왼쪽에 있는 금융기관에는 은행은 물론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는 표 오른쪽에 있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에 실패해 돈을 갚지 못하게 될 때 발생합니다. 당연히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바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액이 사상 최대' '연체율, 9개월 만에 2.2배 올라' 같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금융기관들이 최근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걱정이 담긴 기사들입니다.

그럼 얼마나 빌려줬을까요?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경기가 좋던 시절부터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그 규모가 제법 큽니다.

5대 은행의 대출은 2년 새 60% 늘었습니다. 다만 1금융권의 경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에 문제가 없습니다. 부동산 PF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보니, 주로 2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부 대출 위주로 잔액이 증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히 연체율이 0%에 가깝고, 대부분 선순위 보증이 있어서 당장 부실 위험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문제는 115조 원을 부동산 PF에 베팅한 비은행권입니다.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에서만 부동산 PF에 대출 91조 원, 채무 보증 24조 원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연체율 상승이 신경 쓰이는 대목입니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022년 한 해에만 2배 넘게 뛰어올랐습니다.


물론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정부의 분석입니다. 지난 3월 정부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는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제기되나, 과거 위기 대비 양호"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정부는 2009년 위기 당시에는 미분양 주택이 16.6만 호였지만, 지금은 7.5만 호 정도라고 집계했습니다.

향후 부동산 PF 대응방안, 관계기관 합동, 2023년 3월 / 출처 : 대한민국 전자정부 누리집


하지만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PF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 한층 더 유의해야 한다"고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일시에 리스크가 발생해 특정 기업·건설사의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도록 리스크 분산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괜찮아 보이지만, 터졌을 때의 충격을 감안해 모두 조심조심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조마조마' 부동산 PF 위기…'미분양' 상황이 관건


현재 부동산 PF 위기 상황을 짐작해 보려면 먼저 미분양 상황부터 봐야 합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과거에 부동산 PF 문제가 왜 커졌느냐 하면 '미분양 아파트' 때문이에요. 개발에 돈을 빌려줬는데 그 아파트가 안 팔리니까 상환이 안 되는 리스크가 커졌던 거죠. 그래서 결국 미분양 아파트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미분양 상황은 어떨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부터 워낙 가파르게 오르고는 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7천5백 세대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당장의 위기는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 노란색의 일반 미분양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준공이 됐는데도 분양이 안되고 있는 미분양 (파란색)은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닙니다.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이 문제가 올 하반기쯤 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의 논거는 이렇습니다.
 
지난해 11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0년 장기 평균 미분양이 6만 2천 호다" 이러면서 그게 기준이 됐는데, 그다음 달인 12월에 바로 그 기준을 넘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악성 미분양이라고 하는 건 준공 후 미분양이다"라고 하면서 그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관리 포인트를 준공 후 미분양으로 넘겼거든요.

그런데 지금 미분양이 다 지어지면 모두 준공 후 미분양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고 결국 시행사와 PF에 돈을 댄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미분양이 빠르게 늘었던 게 지난해 9월부터입니다. PF 구조를 보면, 1년 정도 지나면 문제가 좀 본격적으로 되기 시작하는 시기가 도래를 하니까, 하반기에 국내 경제에 상당히 둔화 요인으로 작용을 할 것 같습니다.

-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를 걱정했는데,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했던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동산 PF가 뇌관이 된다면 그 시기는 올 하반기가 될 것이고, 특히 금융기관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저희가 좀 관심 있게 봐야 되는 이유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2008년도 한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6만 가구를 넘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도 부동산 PF문제가 커졌었죠. 근데 그때하고 좀 다른 조건이 있어요. 그때는 건설사들이 가장 위험했습니다. 건설사가 지급 보증을 했죠.

지금은 금융권입니다. 대표적으로 '캐피털사'라든가 증권회사가 지급 보증에 들어간 거죠.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미분양이 증가하면 금융기관도 리스크가 커진다는 거죠. 그래서 과거하고는 좀 다른 모습입니다.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만약에 '부동산 PF'에 문제가 생기고 금융기관들이 부담을 떠안기 시작하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까요? 최근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을 자산시장으로서의 부동산과 건설시장으로서의 부동산으로 구분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자산 시장의 경우, 최근 금리인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정부의 지원 등으로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부동산 PF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 산업로서의 부동산은 경기적인 요인이고, 성장률 요인이어서 (부동산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소득을 위축시키는 작용을 할 것 같습니다.

-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갭투자의 후유증…'역전세난 폭풍'

또 하나, 하반기 '집값 하락'의 변수는 역전세난입니다.

그 시작은 월 2만 호의 갭투자가 성행하던 2020년,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 전셋값이 폭등했습니다. (표 노란색 동그라미) 그리고 높아진 전세가율을 이용해 이른바 '갭투자'가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전셋값이 폭락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표 파란색 동그라미)


가장 비쌀 때 계약한 전세들이 이제 2년이 됐거나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집주인에게 '전셋값을 내려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런 요구는 더 늘어날 건 자명합니다.

'갭투자'로 집을 산 집주인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대출을 받아 전셋값을 일부 돌려주거나, 아니면 집을 내놔야 할 겁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과정에서 부동산 매매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세 하락 중인 부동산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김기원 리치고 대표의 '역전세난 전망'을 차례로 보시겠습니다.

손승욱 기자ssw@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