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동행' 철회는 했지만...다시 '자책골' 된 임시 이사회

정승우 2023. 4. 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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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실수를 범했다.

진심어린 사과는 없었다.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준 KFA, 신중하고 또 신중했어야 할 임시 이사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30일 KFA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 취재가 가능하느냐'라는 질문에 "불가능하다. 초반 3분 정도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별도의 질의응답이나 참석자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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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성락 기자]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징계 사면권 재심의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지난 28일 대한축구협회(KFA)에서 발표한 징계 중인 축구 100인에 대한 ‘기습 사면 조치’에 대해 거센 비난이 쏟아지면서 재심의를 결정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3.03.31 /ksl0919@osen.co.kr

[OSEN=정승우 기자] 다시 실수를 범했다. 진심어린 사과는 없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달 31일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 건을 재심의했고 결국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라며 축구인 100명 사면 조치를 철회했다.

앞서 KFA가 사면 조치를 단행했던 100명의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팬들은 우려와 비판이 쏟아냈다. KFA가 사면 이유를 "창립 90주년을 맞이했고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빛나는 성과를 축하하고 새 출발하는 시점에서 축구계 대통합을 고민했다"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진실된 사과나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했다"라며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라고 고개 숙였지만,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라며 '옛날이라면 가능했지만, 요즘을 기준으로는 눈치 보여 못했다'라는 이야기를 뱉었다.

한국 축구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많은 팬들이 K리그 현장으로 발걸음하고 있었으며 3월에 열린 A매치 2연전 역시 빠른 시간 매진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면 결정은 그야말로 '자책골'이다. 지난 2011년 수많은 축구 팬들에게 상처를 안겼던 '승부조작범'들에게 '월드컵 성과'를 이유로 다시 기회를 부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이다.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며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긴 '기생충'들과 동행을 택한 이유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OSEN=김성락 기자]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징계 사면권 재심의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지난 28일 대한축구협회(KFA)에서 발표한 징계 중인 축구 100인에 대한 ‘기습 사면 조치’에 대해 거센 비난이 쏟아지면서 재심의를 결정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03.31 /ksl0919@osen.co.kr

물론 정몽규 회장은 설명했다. 그가 들은 이유는 이렇다. "2년여 전부터 '10년 이상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충분히 반성을 했고, 죄값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는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선 축구인들의 건의"가 그 이유다.

정몽규 회장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평생 징계 상태에 묶여 있도록 하기보다는 이제는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지만, 그들의 죄를 왜 다시 '봄'을 맞이한 한국 축구계 전체가 짊어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서 28일 KFA는 우루과이전 킥오프 불과 한 시간 전에 '날치기'로 사면 결정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는 선발 라인업이 발표된다. 이후에는 득점, 전반전 결과, 경기 결과 등 경기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다. 자연스럽게 묻힐 수 있는 타이밍을 골랐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준 KFA, 신중하고 또 신중했어야 할 임시 이사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30일 KFA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 취재가 가능하느냐'라는 질문에 "불가능하다. 초반 3분 정도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별도의 질의응답이나 참석자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날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는 침묵을 지켰다.

한국 축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이번 두 번의 '자책골'에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승부조작범' 48인을 포함한 100명의 명단 공개와 정몽규 회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고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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