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당신을 체포합니다”...8월, 역대급 사건 터질까? [뉴스 쉽게보기]
이 모든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사람이 있죠.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에요. 몇몇 명분을 내세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했고, 아직도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요.
전쟁이 1년을 조금 지난 시점에서 ‘푸틴을 체포하겠다’고 나선 기관이 있어요. 당장 러시아로 달려가 푸틴을 잡을 순 없지만, 푸틴이 다른 나라에 방문했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해요.
실제로 최근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오는 8월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푸틴 체포’의 가능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어요. 오늘은 ‘푸틴 체포’에 얽힌 이야기, 이 시점에서 알아둘 만한 ‘전쟁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ICC는 전쟁 범죄,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처럼 인도주의에 반하는 중대 범죄를 일으킨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예요. 여기서 말하는 ‘전쟁 범죄’나 ‘반인도 범죄’란 단순히 서로를 죽이거나 해치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아요. 당연히 전쟁이 벌어지면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죠. 하지만 독가스 등 사용이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거나,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행위는 전쟁 중에도 일어나선 안 되잖아요. 이런 행위들은 범죄로 간주하는 거예요.
ICC가 국가원수급 인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세 번째라고 해요. 2009년에 수단의 독재자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 2011년에는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대요.
우크라이나는 아동 1만 6000명이 강제로 이주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실제로 관련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돼요. 러시아군의 아동 납치 장면이 보안 카메라에 담겼고, 관련 증언도 나오고 있죠. 수사를 총괄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런 범죄 작전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명령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다만 러시아 측은 수천 명을 보호자 없이 이주시킨 것은 사실일지라도, 이런 행위가 분쟁 지역에 버려진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인도적 절차’일 뿐이었다고 주장해요.
ICC는 야만적이었던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인권을 국제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세워졌어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와 일본 등이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를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이 이뤄졌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전쟁 범죄국들의 행위로부터 시작된 통렬한 반성이었죠.
ICC가 세워지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2차 대전은 1945년 8월 15일(우리나라 광복절)에 일본의 항복으로 끝났고 이후 전범국의 전쟁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국제적인 재판소가 몇 차례 세워졌지만, 모두 한시적인 기구였다가 1998년에 와서야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등장한 게 바로 1998년 로마에서 여러 나라들이 모여 정한 ‘로마 규정’이에요.국제공동체 전체의 관심사인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할 목적으로 ICC를 만든다는 내용이죠.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123개국이 현재 ICC 회원국이라고 해요. 이 회원국 내에서는 ICC의 권한을 인정하기로 합의한 거예요.
거기다 러시아 편을 드는 국가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이에요. 어젯밤에는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했죠. 시 주석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 질서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약 1년 전부터 “푸틴은 전쟁범죄자”라고 줄기차게 비난해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미국)도 ICC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는 등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고 해요. 왜냐고요? 사실 미국도 러시아처럼 ICC 회원국이 아니거든요.
ICC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일본 등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한 123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표적 군사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는 빠져있어요. 군사강국일수록 ICC의 재판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세계 곳곳에 워낙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데다, 2000년대에 미국의 침공으로 벌어진 이라크 전쟁·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어서 ICC에 참여하면 자국민이 처벌받을 수 있어요.
이런 점은 ICC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미국은 ‘ICC가 정당한 일을 했다’면서도 ‘ICC를 인정하는 건 아니다’라는 어정쩡한 입장 표명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
우선, 푸틴은 물론 러시아 고위 관리들도 언제든 수사망에 걸려들 수 있으니 해외여행이나 외교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어요. 미국 유력 언론인 CNN은 이런 제목의 뉴스로 푸틴의 상황을 표현했어요.
“Putin‘s world just got a lot smaller with the ICC’s arrest warrant” (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푸틴의 세계가 훨씬 작아졌다)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예정인 브릭스 정상회의를 보면 이 문제를 체감할 수 있어요. 남아공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5개 신흥국 모임) 회원국이면서, ICC 회원국이기 때문이에요.
ICC의 노력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 또한 중요해요. 지금 이 시각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비정부기구(NGO), 국제기구 등 다수의 단체들이 전쟁 지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어떻게든 증거를 찾고 증언을 남겨 잊히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남은 기록은 언젠가 지난날을 되돌아봐야 할 때, 큰 의미를 갖게 될 테고요.
2차 대전 당시, 잔혹한 일들을 저질렀던 독일 나치가 훗날 전쟁 범죄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단죄가 완벽하지 않았을지언정 세계는 그들의 죄를 그냥 넘기지 않았죠. 그들 중 일부를 결국 법정에 세워 죗값을 치르게 했으니까요. 어쩌면 언젠가는 지금 남긴 기록들이 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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