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끝서 터진 폭죽같은 연주…봄밤 달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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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규칙 없이 자유롭게 떠드는 어린아이처럼, 음들이 서로 부딪히고 뒤엉킨다.
소란스러운 불협화음과 그 사이에 불쑥 끼어드는 사람들의 의미 없는 중얼거림, 말러 교향곡에 대한 오마주까지 예상 밖의 전개로 객석을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2023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 개막 공연은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를 보여주듯 관객의 음악적 경험을 무한히 넓힌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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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에 기립박수…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도 관람
(통영=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아무런 규칙 없이 자유롭게 떠드는 어린아이처럼, 음들이 서로 부딪히고 뒤엉킨다. 소란스러운 불협화음과 그 사이에 불쑥 끼어드는 사람들의 의미 없는 중얼거림, 말러 교향곡에 대한 오마주까지 예상 밖의 전개로 객석을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2023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 개막 공연은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를 보여주듯 관객의 음악적 경험을 무한히 넓힌 무대였다.
예년보다 일찍 만개한 벚꽃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던 지난 달 31일 저녁,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느끼려는 관객의 열기로 뜨거웠다.
1부는 이탈리아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의 1968년 작인 '신포니아'로 채워졌다.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여기에 앞뒤로 라벨의 '권두곡'과 찰스 아이비스의 '대답 없는 질문'을 연주하며 세 곡을 하나의 또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객석을 다른 세계의 문으로 인도하는 듯한 '권두곡'의 짧은 연주가 끝난 뒤 시작된 '신포니아'는 무대 중앙에 앉은 8명의 코러스단이 노래하고 책의 구절을 낭독하고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등 연극적 요소가 더해진 실험적 작품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배경에 깔리며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지휘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해 웃음을 안기는 등 다양한 음악적 어휘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현대 음악의 한 페이지를 보여줬다.
공연은 이번 축제의 상주 음악가이자 그리스 출신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56)가 협연한 2부에서 절정에 달했다.
세계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 중 한 명인 카바코스는 1985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1988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일찍이 주목받았으며 정확한 기교와 시적인 표현력, 깊이 있는 해석으로 사랑받고 있다.
1부 연주와는 전혀 다른 낭만적이고 고전적인 분위기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연주한 카바코스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무게감으로 객석과 무대를 사로잡았다.
2악장의 긴 독주 부분에선 바이올린에 오케스트라 전체를 축소해놓은 듯 풍성한 소리가 활 끝에서 터져 나오며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바이올린이 주제 선율을 먼저 제시하며 진행되는 3악장에선 지휘자와 함께 악단을 이끄는 쌍두마차처럼 무대를 지배했다.
열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환호와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고, 카바코스의 손을 꼭 쥐고 흔드는 65세의 지휘자 로버트슨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이날 개막 공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관람해 관객의 주목을 끌었다. 공연 시작 직전 문 전 대통령 내외가 객석에 들어서자 관람객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가 나오며 공연 시작이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2023 통영국제음악제는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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