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엑세스] 금융안정 Vs 물가안정…깊어지는 연준의 고민
[소냐 메스킨 BNY멜론 미국 매크로 헤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한 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최근의 은행권 위기 등 시장 상황이 앞으로 경제 여건에 미칠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관리와 금융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으며, 두 목표 모두를 충족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용률과 인플레이션 등의 지표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상승 추세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경제 참여율이 상승함에 따라 실업율도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강력한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상쇄하기엔 무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2주간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미국 경제 전망은 곤두박질쳤다.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위기 등이 대두되고 있는 소형 지역은행이 무너지게 되면, 이들에게 자금을 의존하는 중소기업 역시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미 금융시장 상황은 연준이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펀드 사태와 관련된 레버리지 및 모기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을 시작했던 1998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연준은 정책금리를 75bp 인하하며 경기침체를 막았지만, 이 결정은 결국 훨씬 더 큰 자산 거품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버블이 터지고 말았다. 차이가 있다면 오늘날 인플레이션은 전년대비 기준 4.7%인 반면, 1998년 당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에 훨씬 더 가까웠다는 점이다.
다시 미국의 은행시스템을 살펴보자. 예금에 기반이 집중돼 있고 금리에 민감한 자산을 보유한 상황에서 수익률 곡선의 급격한 역전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신호다. 전통적인 은행들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대출을 해주거나, 듀레이션(만기) 리스크가 있는 장기 증권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최근 파산을 선언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예금이 유동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매우 특수한 경우다. 은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예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SVB의 단기 조달 도매자금이 500억달러를 넘지 않아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 그럼에도 사태를 그대로 방치하기엔 시스템적으로 너무 중요해 연준과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개입해야만 했다는 점은 기존 은행 규제 시스템에 의구심을 남길 수밖에 없다.
연준의 결정이 있기 불과 2주전, 은행들은 연준의 재할인창구, 부실은행 대출, 그리고 BTFP 대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지급준비금을 3000억달러 이상으로 늘렸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주택대부은행(FHLB)은 지난 한 주에만 3조 3040억달러 규모의 신규대출을 발행, 총 대출 추정치가 1조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즉 은행들이 예방 차원에서 FHLB 대출과 연준의 유동성 기구를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금 유출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규모는 은행의 지급준비금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에 지급준비율 부족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부실대출자의 연방기금시장 대출금리가 정책금리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 시스템 전반에 걸쳐 총 3조달러의 지준금이 마련돼 있지만, 이것이 예금과 마찬가지로 각 은행마다 균등하게 분배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은행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BTFP 대출 프로그램의 향후 활용에 대해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경제 전망이 점점 악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BNY멜론 역시 올해 초 60%로 예상했던 경기침체 가능성을 최근 80%로 상향 조정했다. 연준이 금융안정 리스크를 제거하고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도 전혀 불가능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20% 정도로 보고 있다. 연준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례 없이 혼란스러운 거시경제 환경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 위해 투자자들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본 투자전략은 투자 참고자료이며, 해당 전문가의 투자전략은 당사의 견해와는 무관합니다. 또한 BNY 멜론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선 안됩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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