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돼도···후쿠시마산 수산물 규제는 유지될까

안광호 기자 입력 2023. 4. 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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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윤 대통령, 시간 걸려도 국민 이해 구하겠다 해”
오염수 방류 시작되면 일 정부 규제 철폐 요구 노골화 우려
지난 3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세계 물의 날 기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산물 수입 규제도 없애라고 요구한다. 일본은 오염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지만, 오염수 정화 효과는 불분명하다.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졌을 때 인접한 한국의 먹거리 안전과 어업인 생계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굴종 외교’ 비판을 감수하며 한·일 관계 협력을 밀어붙이고 있다. 수입 규제 조치는 계속 유지될까.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폭발이 일어난 순간을 포착한 일본 공영방송 NHK의 방송화면.
원전 사고 이후 규제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난 3월 16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후쿠시마현산 수산물 등의 수입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3월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접견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에서 우려가 커지자 대통령실은 3월 30일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3월 20일에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고,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조치(수입)를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지자 곧바로 수입 규제에 들어갔다. 3월 14일 일본산 식품 방사능 검사를 시작으로 같은 달 25일엔 후쿠시마 등 4개 현의 일부 품목 수입을 금지했다. 2013년 9월엔 후쿠시마, 군마, 도치기, 지바, 이바라키, 미야기, 이와테, 아오모리 등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농산물도 후쿠시마 등 15개 현의 쌀과 차, 버섯류 등 27개 품목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이 지역을 제외한 일본 전역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에 대해 한국은 통관 단계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능 검사를 한다. 방사능 수치가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일본 수산물 업체 측에 17개 항목의 추가 핵종 검사증명서를 요구한다. 사실상 반입 거부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반입된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오거나, 핵종 검사증명서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한 사례는 없다.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한국과 비슷하게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를 한 50여개국 중 한국 만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한국 정부의 수입 규제 조치가 부당한 차별이며, 다른 국가에 비해 규제가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WTO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의 판정(1심)은 일본의 손을 들어줬지만, 2019년 세계 무역분쟁의 대법원 격인 WTO 상소기구는 한국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이후 빗물과 지하수를 타고 유출되는 오염수 때문에 일본의 바다 환경이 위험해졌고, 이에 수입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한국 내에서는 ‘기적의 승소’로 불릴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일본 아베 정부는 내부적으로 큰 비판에 직면했다. 곧바로 WTO 개혁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한국산 넙치 등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등 보복성 조치도 단행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는 이러한 WTO 상소기구의 판정 덕분에 유지될 수 있었다.

일본 중의원 선거 유세가 시작된 2014년 12월 2일 아베 신조 총리가 후쿠시마현 소마의 항구에서 생선구이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뢰할 수 없는 오염수 정화 효과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1060여개 탱크에 저장돼 있다. 저장량은 올해 2월 중순 기준 약 132만t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저장탱크 전체 용량의 97%가량이 채워져 포화상태라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탱크에 담긴 오염수를 바다 근처까지 운반할 배관 공사 등 오염수 방출에 필요한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다. 오염수는 해저 터널을 이용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 떨어진 바다에 30년에 걸쳐 방류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 계획대로라면 오염수는 오는 6~7월 바다에 방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위한 법적·기술적 제반 준비를 이미 마쳤다. 4월 중순 일본 삿포로에서 개최될 G7(주요 7개국) 기후·에너지·환경 담당 장관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환영한다’는 공동성명을 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적 조치가 없는 한 계획된 해양 방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60종 넘게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해 거르고 바닷물로 희석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ALPS 정화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경우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1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바닷물로 희석해 내보낼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를 두고 고민한 방식은 해양 방류 말고도 여럿 있었다. 해양 방류를 포함해 대기 방출(수증기 증발), 전기분해(수소·산소) 방출, 지층주입, 지하매설 등 5가지다. 일본 정부의 선택은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 방식이었다. 2019년 12월 기준(965개 탱크에 오염수 118만t 저장) 오염수 처리 비용을 보면, 해양 방류는 34억엔(약 374억원)으로 대기 방출(약 349억엔)의 약 10분의 1에 그쳤다.

오염수 정화 효과는 신뢰하기 어렵다. 우선 제대로 된 정보가 거의 공개되고 있지 않다. 일본은 ALPS를 거치기 전후 오염수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5일 한국을 방문한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도쿄전력이 공개한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부적합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 페렝 교수는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소속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자문단의 일원이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로 연구하는 원전 전문가다. 페렝 교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염수 내 64가지 방사성 핵종 중 9종만 표본으로 측정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또 반감기가 같은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과 세슘-137의 비율이 최대 1만6000배까지 차이가 났다. 또 측정 시 탱크 하부에 쌓인 미립자(슬러지)를 혼합해 측정하지 않고 농도가 약한 탱크 상부의 일부값만 측정해 제공했다. 도쿄전력이 PIF에 제공한 데이터가 엉터리에 가깝다는 의미다. 2020년엔 ALPS를 거친 오염수의 70% 이상이 일본 정부의 방출 기준치를 넘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바닷물로 희석해 바다에 버리더라도 방사능의 총량에는 변함이 없고, 이는 장기적으로 먹이사슬에 따라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2012년 독일의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후 7개월이면 제주 앞바다에 다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국 반대도 거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2021년 2월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저장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방류 임박에 국내 수산업계 ‘부글’

국내 수산업계는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리자 강하게 반발했다.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가 급감해 수산업이 궤멸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수산단체들은 주일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시위가 두 달쯤 이어졌을 때 주일 대사관 직원이 시위 중인 수산업 단체를 찾아왔다. 이 관계자는 물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는 해양 방출 외에 증발시켜 대기로 내보내는 수증기 방출, 오염수를 땅에 주입하는 지층 주입 방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수산업계는 면담에서 “비용이 들더라도 수증기 방출이나 지층 주입 방법을 써야 한다”면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방식만 채택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사관 직원은 “해양 방류는 지양하겠다. 한국 등 인접 국가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한 후 가장 최선의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수산업계의 요구는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대사관 직원 말을 듣고 우린 일본이 해양 방류 방식을 철회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해양 방류 결정에 반발하는 한국 수산업계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협의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식으로 (자국 내 언론 홍보 등에) 우릴 활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전 오염수를 안전하게 정화해 바다에 내보내겠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말은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 그들이 제공한 데이터도 충분치 않고 공개된 데이터 역시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수산업계의 우려는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제주도 의뢰를 받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비 감소 폭은 44.6~48.8% 수준으로,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72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1년 국내산 수산물 생산액 7조9600억원에 감소폭 평균 46.7%를 적용한 값이다. 부경대 연구진이 2020년 31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5.3%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될 경우 국산 수산물 구매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IAEA 신뢰도 낮아…방류 막는 게 급선무”

오염수 해양 방류가 현실화하면 이후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까.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우선은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한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지 못하면 WTO 판결 승소 결과를 근거로 유지하고 있는 수입 규제에 대한 법리적 논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리 캠페이너는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가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고 정당한 대응으로 인정받아 2019년 WTO 2심에서 승소했지만, 이는 잠정적 조치에 불과하다. 130만~140만t의 오염수를 30년 이상 방류하는 것에 국제법적 대응과 같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을 경우 오염수 해양 방류 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는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해양 투기가 아니라 육상에서 기인한 오염물질을 바다에 방류하는 하수처리장과 같은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의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한) 런던의정서는 이러한 국제적인 분쟁을 중재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제법에 근거한 공론장이다. 중재절차는 국제법상 국가 간 분쟁을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은 지난 3월 6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이) 과학적인 검증을 바탕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말뿐”이라고 했다.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그동안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심사자료, 회의내용, 질의내용 등을 참고삼아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전개했는데, 이 자체가 일본의 주장만을 검토한 것이란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직후인 2021년 8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 논란이 일자 “지진·해일에 의해 원전 냉각통제능력을 유지하지 못한, 인적 재난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단축 설명을 하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강조한 ‘과학적인 증명’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결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IAEA는 오염수 방류에 관한 포괄적 평가가 담긴 최종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IAEA 보고서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기대와 신뢰는 높지 않다. 일본과 IAEA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 IAEA 전체 예산에서 일본이 분담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8.241%로, 미국(25.000%)과 중국(11.55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라파엘 그로시 현 IAEA 사무총장의 전임 총장이자 일본인인 아마노 유키야 총장은 2009년 말부터 2019년까지 IAEA를 이끌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021년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직후 “일본 정부의 결정은 세계적인 관행과 일치한다”고 두둔했다.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일본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 대통령실이 국내 국민감정과 먹거리 안전, 수산업계 생계 등을 우선시하지 않고 ‘과학적 증명’만 기준으로 삼을 경우 수입 규제 장벽마저 무너질 수 있다.

류종성 교수는 “IAEA는 일본과 미국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일본은 오염수 해양 방류의 당사자이고, 미국은 냉전 시절 태평양 섬에서 많은 핵폭탄 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방사능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해양생태학자 관점에서 보면 방사능이 먹이사슬로 유입되면 수산물을 섭취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데, 국제원자력안전기준은 해양생물의 먹이사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IAEA를 신뢰하기 힘든 이유”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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