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의 '북한 사투리' 교정 수업기

이상현 입력 2023. 4. 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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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말이라고 하네요?

◀ 차미연 앵커 ▶

북한식 사투리, 발음과 억양이 잘 안 고쳐져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꺼리게 된다고 하죠.

◀ 김필국 앵커 ▶

네, 탈북민들의 이런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이 한창 실시되고 있는데요.

◀ 차미연 앵커 ▶

마치 초등학교 교실처럼 열기가 넘치는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새 봄을 맞아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새롭게 시작된 특별전시.

입구엔 한반도의 8도를 형상화한 파편들이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명을 함께 받으며 보라빛으로 통합돼가는 작품이 설치돼 있고요.

어릴 적 북한에서 봐온 풍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이는가 하면,

[전주영/탈북 화가] "아침 해를 맞을 때의 그 어두움은 정말 때론 길게도 느껴지고 때론 짧게도 느껴지지만 그때 그 순간이 가장 어둡다 나에게는 그리고 그 순간에 다음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를 그 생활을 위해서 우리가 많은 고민도 하고 그렇게 된다. 그래서 이 시간대가 가장 저에게는 어두운 시간이고 또 이 시간대가 제가 탈북할 때의 시간대다."

비무장지대를 모티브로 해 그려본, 겉으론 평온해보이지만 수많은 사연이 숨어있는 숲을 통해 남한 주민들과의 소통도 꿈꿔봤습니다.

[전주영/탈북 화가] "북한의 문화적인 사회가 어찌보면 베일에 싸였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혀 차원이 다른 문화적인 개념에서 알아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렇게 낯선 사회, 남한 주민들과의 원할한 소통은 성공적인 정착을 꿈꾸는 탈북민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할 겁니다. 때문에 이를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한창이라는데 어떤 모습인지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의논 의논! 의지 의지! 의정부 의정부! 의성어 의성어!"

마치 초등학교 국어시간 같던 강의실.

하지만 학생들은 모두 성인들로, 북한식 발음과 억양을 고치려고 온 탈북민들이었습니다.

우선 부정확한 입술 모양으로 탈북민들이 가장 고치기 힘들어 한다는 오와 어 발음의 구분.

"환경부는 오늘 오존" "오늘 오존? 오늘 오존, 입술 나온 상태로 계속 이어졌죠. 오늘 오존 이러죠. 오늘 오존 아니고 오늘 오전~" "환경부는 오늘 오전“ "그렇죠"

[김세은/스피치 강사(아나운서)] "어떤 분이 저한테 그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언어가 변하면 내 삶이 변할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아 이 분들에게는 언어라는 것이 너무나 크구나. 뭔가 차별도 너무 많이 당하고 있고"

또 시옷 발음에 공기가 새는 듯한 소리가 들어가는 것도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고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었습니다.

"여러분 공기 새는 소리가 들리면, 씨 씨 씨 이 소리 나면 안 돼요.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다시 한번 시작~“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바로 옆 강의실에선 사정상 참석이 힘든 탈북민을 위해 온라인 강의가 한창이었는데요.

이곳에선 높낮이가 큰 북한식 억양을 교정하는 시간이 진행됐습니다.

"우리가 최대한 출렁~출렁~출렁하는 것들을 빼는 연습을 지금 하는거니까. 최대한 평평한 소리를 이용해서 말을 하려고 하고 그렇게 했을때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쭉쭉 펴서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사투리 억양을 빼내는 과정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날씨가- 매우 좋습니다-" "와 잘하셨어요. 완전 로보트처럼"

[김혜연/스피치 강사(아나운서)] "서울 사투리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안녕하세요" 이렇게 말을 한다면 "안녕 하세요" 이렇게 급격하게 끝 부분만 올린다거나 아니면 앞 부분이 너무 아래로 내려오는 음성을 사용하신다거나 그런 억양에 차이가 있다 보니까 우리가 들었을 때는 굉장히 어색하게 들리고 마치 외국말처럼 들리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 발음을 고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김봄희/탈북민(연극인)]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어디 발음이야? 발음이 왜 그래?"라고 해도 저는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는데 이제 아이가 밖에 나가서 "그거 어디 말이야?" 이런 말 들을까봐 조금 걱정이 있어요. 그래서 이 수업을 듣게 됐어요."

사회생활에서의 자신감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어 강의장 문을 두드렸다는 탈북민들.

[김현우/탈북민(직장인)] "전화할 때 '내가 사투리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되게 많이 주눅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도 자유롭게 못하는 것 같고 그런게 좀 많이 걸림돌같이 느껴지고 또 회사에서 생활하다 선배 형들도 얘기를 할 때 뭔 말인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있고 해서"

발음과 억양을 교정해서라도 남한 사회, 남한의 문화와 좀더 가까워지려는게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갖고 있는 욕구라는데요.

[최현옥/남북통합문화센터 문화생활팀장] "억양이나 발음이나 이런 문제도 있는데 문화 소통 관계 이런걸 어떻게 해야되는지 이런 문제도 굉장히 현장에서는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차별의 주된 이유가 거창한 정착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문화적 소통이 어렵거나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서 제기된다는"

그 소통을 위해 탈북민들은 오늘도 입술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힘껏 소리도 내보며 한걸음 한걸음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6975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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