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측근’ 유동규 앞에서 ‘궤변’으로 버틴 이대표, 국민에 부끄럽지 않나 [핫이슈]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공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자리에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측은 이날도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 대표측은 앞선 재판에서도 ‘안다’ ‘모른다’의 사전적 정의까지 들먹이며 “사람을 안다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 “몇차례 만났더라도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표현은 허위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처장과 같은 팀장급 직원이 600명에 달하는데 어떻게 일일이 기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 대표측 논리다.
하지만 600명 중 김 전 처장처럼 이 대표와 해외출장을 함께 나가 4~5시간씩 골프를 치거나 요트를 빌려 바다낚시를 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다.
더구나 유 전 본부장 주장대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골프 도중 다시 이전의 홀 티박스로 돌아가 티샷을 했다가 서양인 이용객들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한 참석자가 일본인인 척 하려고 일본말로 사과까지 했다면 도저히 기억을 못할 수가 없다.
특별한 경험과 행위를 공유했다면 기억이 단절될 수 없다는게 경험칙과 상식에도 부합한다.
게다가 김 전 처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꼽은 대장동 1공단 사업담당 부서장으로 수차례 이 대표에게 대면보고를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 대표로부터 수많은 표창장을 받았을 정도다.
이 대표측은 호주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함께 찍은 사진을 근거로 “두 사람이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며 친분을 부인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모든 상황을 담을 순 없는 법이다.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찍은 사진 또한 성남시장 집무실 등 여러장이다.
또 김 전 처장의 휴대폰에는 이 대표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수차례 찍혀 있고, 김 전 처장 휴대폰 주요일정에는 당시 이 시장의 생일까지 저장됐다고 한다
오죽하면 유 전 본부장이 지난 17일 이 대표를 향해 “거짓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김문기씨가 2명만 탑승할 수 있는 카트를 몰아 이 대표를 보좌했는데 당시 이 대표가 ‘김팀장 거기 (골프공) 있어’ 이런 말도 했다”고 쏘아붙였겠나.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의 관계에 대해 ‘모르쇠’로 끝까지 버티는 것은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수백억원을 토해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 대표가 허위사실공표혐의로 당선무효형(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이고 민주당 또한 대선 선거비용으로 선관위에서 받은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러니 이 대표측이 온갖 해괴한 논리와 비상식적인 궤변으로 시종일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할 만도 하다.
하지만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가 일갈한 것처럼, 말을 조작한 사람은 그 누구라도 공공사회에 대한 배신자다.
정치 지도자에게 중요한 것은 직위나 돈이 아니라 막중한 책임감이다.
잘못된 행태에 대해선 반성하고 속죄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다.
이 대표가 존경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가 와도 내 탓인 것 같고, 안와도 내 탓인 것 같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가족 금품수수’의혹이 불거지자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기 위해 직접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고 고뇌와 번민 끝에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
반면 이 대표가 연루된 각종 비리의혹들은 괴이하게도 이 대표 주변인사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에 나서면서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국회 제1야당 대표라는 권력을 앞세워 진실을 가리고 사법정의를 훼손하려 해선 안된다.
“일본 후쿠시마 농산물은 사줄 수 있어도 우리 농민의 쌀은 사줄 수 없다는 것이냐”는 식의 자극적 선동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면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물타기하려는 정략적 술수는 이제 멈춰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울산 상공회의소에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잘했든 못했든, 원인이 어디에 있든, 누구 잘못이 얼마나 크던 따질 이유가 없이 결과에 대해서 무조건 떠안는 것이다”고 했다.
지금은 이 대표 자신의 말처럼, 부도덕한 행동과 위선에 대해 떳떳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줄 차례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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