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수학 가르쳐봐서 아는데…구구단 외우다간 망해요,왜?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입력 2023. 4. 1. 08:03 수정 2023. 4. 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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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챗GPT 열풍과 함께 인공지능(AI)이 대세로 떠올랐다. 인간이 하는 수많은 일들을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는 교육계에도 큰 고민과 숙제를 안긴다. AI시대, 우리 아이들에겐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번주 <더인플루언서>가 만난 ‘깨봉수학’ 조봉한 박사는 “AI 시대에는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컴퓨터전공)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인공지능(AI)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유튜브 채널 ‘인공지능수학 깨봉’을 통해 수학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교육자다. 특히 수학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쉽게 풀어내는 콘텐츠로 40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채널의 누적 조회 수는 3700만회에 달한다. 구구단을 무조건적으로 암기하는 교육 방법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도 곱셈의 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깨구단>을 개발해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일찍부터 AI 시대를 대비한 수학 교육을 강조해왔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수학이라는 게 조 박사의 생각이다. “수학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눈과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인공지능 수학 깨봉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조봉한 박사. <사진제공=유튜브코리아>
-AI발전에 따라 수학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교육계는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이미 싱가포르나 유럽, 미국 등의 수학교육은 바뀌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이 바뀌지 않아서 대입을 위한 점수를 잘 받고 싶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현재의 교육방식은 완전히 고쳐져야 합니다.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고 이는 수학을 통해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문제 해결 능력이란 처음 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문제를 보았을 때 알맞은 공식을 대입하거나 기계적 계산으로 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문제를 보면 왜 이 문제가 어려운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고, 그럼 쉽고 간단한 것은 무엇 인지를 떠올려야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쉽고 간단하게 문제로 바꿀 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깨봉(조봉한)님은 어떤 분인가요.

▶초등학생을 위한 수학 교육 서비스인 ‘깨봉수학’의 대표이자 ‘인공지능수학 깨봉’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식과 요령을 암기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이 아닌 인공지능 시대에 차원이 다른 수학 교육법을 구독자님들께 전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인공지능(AI)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오라클과 필립스 멀티미디어센터에서 AI연구원을 거쳐 귀국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금융 온라인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삼성화재 부사장직직을 맡다가 일을 내려놓고 온라인 수학교육 서비스 ‘깨봉수학’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이력이 독특합니다.

▶저의 이력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인공지능 분야, 핀테크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왜 뜬금없이 모든 걸 던지고 수학교육 서비스를 창업하게 되었냐고 많이 물어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저의 성과는 모두 수학적 능력을 통해 이뤄온 것들이고, 이수학적 능력은 평범한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이 아닌 모든 아이들이 가지고 배울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그 능력을 아이들에게 키워주고 알려주고 싶어 수학 교육 업계에 발을 들였죠.

-현행 수학 교육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의견을 견지하고 계십니다.

▶우리나라는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 1~2학년까지는 소위 사고력 수학이나 창의 수학을 시키고, 3학년이 되면 바로 연산 훈련을 위한 학습지를 받아보거나 인근 학원으로 보내면서 선행을 시켜야 한다는 매우 틀에 박히고 잘못된 방식이 마치 정석적인 수학교육 인 것처럼 자리잡혀 있습니다. 기존에는 수학 개념 사이의 관계와 구조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개념과 원리도 일부러 어렵게 배워야 하죠.

이 과정에서 이해할 시간조차 없이 기계적인 문제풀이에만 내몰리다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수학은 초등수학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만큼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충분한 시간 속에서 깊고 정확하게 꿰뚫어야 중고등 수학에서 힘을 발휘됩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창업을 했지만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쉽고 재밌게 배우며 깨닫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콘텐츠의 힘이 막강해진 시대에 제가 만든 혁신적인 수학교육법을 유튜브 콘텐츠로 조금 씩 공개한다면 반응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어요. 저의 서비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요.

잘 아시겠지만 유튜브는 좋은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경쟁적인 광고와 홍보로 도배되는 교육시장에서, 유튜브는 핵심 아이디어와 퀄리티 높은 콘텐츠만으로도 성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 시작하게 됐고, 여기까지 왔네요.

인공지능 수학 깨봉 유튜브 채널 개요 <유튜브 캡처>
-채널 이름을 처음부터 ‘인공지능 수학’이라고 지었습니다.

▶저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전공했습니다. 그것을 연구하며 미래에 인공지능의 대한 역할과 사람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가져야 할 진짜 능력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해왔죠. 제가 내린 결론은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가질 능력을 키우고 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무시, 변화, 관계, 이 3가지 능력입니다. 무시는 어떤 문제나 대상을 볼 때 불필요한 것은 제외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다른 말로는 추상화라고도 하죠. 변화는 사물이나 자연 등 어떤 대상의 변화를 관찰해 변화의 요인과 패턴을 찾아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고, 관계는 사물이나 정보들 사이의 관계를 맺어 이 관계를 통해 새로운 것을 이끌어 내는 능력입니다. 정보와 지식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됩니다.

진짜 수학은 단순히 문제를 풀어서 답을 내는 학문이 아니고 앞서 언급했던 무시, 변화, 관계의 능력을 기르기 위해 너무나도 완벽한 학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즉, 무시, 변화, 관계의 능력을 수학을 통해 길러야 합니다. 그래서 이 능력들을 기르고 배우는 방식으로 수학 교육을 설계하고자 합니다.

-수학이 어렵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수학 콘텐츠를 만드는 비법이 있을까요.

▶운 좋게도 저는 어렸을 때 부터 요즘 흔히 말하는 수학머리가 남달랐습니다. 숫자나 수학 기호, 부호를 보면 머릿속에 그것들이 이미지로 떠올랐어요. 덕분에 수학을 제일 쉽게 공부했고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수학을 저처럼 생각하고 공부하는 줄 알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을 보니 아니더군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수학적 인사이트를 친구들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알려주며 문제를 풀었던 것이 저의 학창시절 거의 유일한 수학공부였죠.그리고 이런 능력을 우리 아이들뿐만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약 10년간 3000여 개가 넘는 수학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고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을까요.

‘구구단을 절대 외우지 말고 깨구단을 하라’ 라고 한 영상이 있습니다. 그 영상의 반응이 지금까지도 가장 뜨거워 기억에 남습니다. 일단 외우는 것은 자체가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기계가 하는 일입니다. 상상력, 깨우침, 논리력과 같은 사람이 갖추어야할 능력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바로 외우는 것입니다.

외우면 똑똑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외우면 습관이 되고,그것이 습관이 되는 순간 기계같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구구단을 절대 외우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구구단이 외우는 습관을 만드는 제일 첫번째 독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백이면 백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그럼 구구단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하느냐. 이때 바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깨구단’입니다. 구구단을 외우지 않아도 곱셈의 원리를 깨우칠 수 있도록 개발된 게임형 콘텐츠 입니다. 깨구단은 그 효과와 원리를 인정받아 특허를 출원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구독자 분들과 저희 서비스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무료체험을 통해 일부가 공개 되어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곱셈을 쉽게 정복하고 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곱하기는 직사각형’ 등 수학개념을 이미지로 생각하고 사고를 확장하면,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998 x 998’ 등 큰 수의 곱셈까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쉽고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감사하게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잘 이용해 주시고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댓글과 후기를 많이 달아주십니다.

인공지능 수학 깨봉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조봉한 박사. <사진제공=유튜브코리아>
-하루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을까요.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해지면 수학 문제를 풉니다. 사람들은 보기만해도 복잡한 수학문제들을 왜 푸냐고 하는데 저에게 수학문제를 푸는 것은 낚시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낚시를 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롯이 그 시간에 낚시에만 집중하며 생각을 비운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수학문제를 풀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그 순간만큼은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수학은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쓰는 ‘언어’입니다. 다시 말해서 수학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유튜브를 발판 삼아 깨봉수학과 올바른 수학교육법을 전 세계에 알리고, 수학뿐 만아니라 사람들에게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가치를 알려 무엇을 배우든 배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바로 생각나는 단어가 깨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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