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짐 남겨두고 떠났는데…치워도 될까요 [더 머니이스트-아하! 부동산법률]

입력 2023. 4. 1. 07:31 수정 2023. 4. 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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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계약 기간이 끝난 세입자가 이사했습니다. 집을 확인해보니 세입자의 잔짐이 남아 있는데, 가압류가 걸린 짐이었습니다. 곧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계획인데 짐을 치우지도 못해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명도 의무(부동산을 집주인에게 돌려주는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악덕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마음고생하는 집주인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가압류된 짐이 남아 있는 경우라면 상황은 간단치 않습니다.

가압류가 걸린 세입자의 짐이 남아 있다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습니다. 물론 남아 있는 세입자의 짐은 명도소송을 통해 빼낼 수 있지만, 세입자가 남긴 잔짐이 가압류가 걸린 것이라면 명도소송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도소송이란 집주인이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법률에서 말하는 가압류란 채권자의 요청으로 채무자가 자신의 물품을 이동하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서 임시로 압류하는 절차입니다. 즉 가압류된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가압류된 물품을 이동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기존 세입자가 완전히 짐을 빼내야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라도 짐이 남아 있다면 집주인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가압류된 세입자의 짐은 법원 집행관의 허가를 받아 이동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가압류된 물품에 대한 채권 관계에 건물주가 관여된 것이 아니라면 건물주가 처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세입자에게 법원으로부터 이동 허가를 받거나 압류를 풀어서 해결하도록 합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가압류된 세입자의 짐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집주인이 굳이 법 절차를 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 절차를 이용해 짐을 빼도록 세입자를 설득해봤지만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압류된 짐도 명도소송 절차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일부 짐 때문에 소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건 비효율적인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세입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건물주는 동시이행 관계를 이용하면 됩니다. 동시이행이란 의무를 동시에 이행한다는 뜻으로 임대차 관계에서는 세입자는 건물을 반환해야 하는 명도 의무와 집주인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반환 의무가 있습니다. 가압류로 인해 세입자가 잔짐을 빼지 않는다면 완벽한 명도 이행으로 볼 수 없기에 건물주 역시 보증금반환 의무를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법률상 세입자의 명도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짐을 깨끗하게 비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가압류된 물품이 해결될 때까지 집주인이 보증금반환을 하지 않아도 법률상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건물주와 세입자 그리고 세입자의 채권자 간 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입자가 남긴 잔짐이 가압류가 아닌 상황에서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세입자의 잔짐이 가압류가 걸린 게 아니더라도 건물주가 함부로 짐을 처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세입자의 잔짐을 함부로 처분했다가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오히려 집주인이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잔짐을 처분하라는 건물주의 요청에도 세입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명도소송 후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세입자의 짐을 처분해야 법률상 문제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가압류 걸린 세입자의 짐은 건물주도 처분할 수 없어 세입자에게 해결하도록 설득하는 게 좋습니다.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면 법률상 세입자가 명도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집주인이 보증금반환 의무를 지키지 않는 방법으로 원만한 합의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가압류가 걸리지 않는 세입자의 잔짐도 집주인이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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