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너 내 동료가 돼라”[챗GPT 실전편]
[스페셜 리포트 - 챗GPT, 너 내 동료가 돼라!]
“오늘 뭐 먹지. 점심 메뉴는 김 대리가 생각해 봐.”
김 대리가 가장 싫어하는 시간이다. 회사 생활 6년 차, 시장 조사나 마케팅 아이디어를 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점심 메뉴 추천이다. 20대가 대부분인 팀원들은 간단하면서도 적당히 배는 차지만 점심이라 냄새가 배지 않는 음식을 바라고 부장과 팀장은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 김 대리는 늘 메뉴를 바꿔 가며 둘 사이의 적절한 조화를 찾아야 한다.
오전 11시 30분. 어김없이 그 질문이 날아왔다. “점심 뭐 먹지?”
김 대리는 오늘 다른 방법을 썼다. 챗GPT를 켰고 점심 메뉴 고민을 떠넘겼다. “서울 신사동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먹을 만한 식당 추천해 줘.” 챗GPT가 5개 식당을 추천했다. 어제도 면 요리를 먹었는데 면 추천이 많았다. 다시 질문했다. “‘조건 : [예산] 1인당 1만5000원, [인원] 5명, [장소] 서울 신사동’ 위 조건을 반영해 한국 음식으로 다시 추천해 줘.” 마침내 챗GPT가 꼭 맞는 식당을 찾아냈다. 오늘은 이렇게 위기를 넘겼다.
직장인에게 바치는 챗GPT 활용법
‘챗GPT’와 함께하는 직장인의 하루는 어떨까.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봤다. 페르소나는 ‘대기업 의류 회사에서 2030세대를 위한 신생 브랜드 태스크포프(TF)팀에 재직 중’인 김 대리다.
서점에는 이미 챗GPT가 제1저자로 참여한 책들이 쫙 깔렸고 회사에서는 챗GPT가 이미 직장 동료다. 코딩이 막혔을 때도, 시장 조사를 하거나 사업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때도,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젝트의 이름을 지어야 할 때도, 디자인팀에 넘기기 전 제품 이미지를 대략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도 인공지능(AI)이 팀원으로 참여한다. 질문이 뾰족할수록, 얻고자 하는 정보가 명확할수록 챗GPT는 더 똑똑한 답을 내놓는다. 김 대리의 하루를 통해 챗GPT로 직장 생활하는 법을 담았다.
#신1 : 사업 기획안 작성하는 김 대리
김 대리네 TF팀은 대박이 났다. 회사에서 2030 여성을 위한 브랜드를 출시하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온라인 의류 플랫폼에서 1~2위를 하는 브랜드가 됐다. 이번에는 회사가 해외 진출을 하란다. 시장은 중국과 프랑스 파리 백화점, 영국 명품 온라인 플랫폼이다. 김 대리는 챗GPT를 켰다. 챗GPT가 사업 기획안을 써 준다는데 뭘 부탁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래서 ‘AI 명령어만 만드는 엔지니어가 따로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사업 기획안 목차부터 짜 달라고 했다. 챗GPT는 개요, 시장 분석, 마케팅 전략, 제품·서비스, 생산·유통 계획, 조직·인력 등 6개의 대분류와 16개의 소분류를 1분만에 뽑아냈다. 사업 기획안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꼼꼼하게 다 들어가 있었다. 웬만한 신입보다 나았다.
김 대리는 내친김에 사업 기획안을 작성해 달라고 해 봤다. 우선 코딩한다고 생각하고 한글을 써 내려갔다. 먼저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지금 한국 시장에서의 위치는 어떤지 소개했다.
이후 [진출 시장], [각 시장 별 현황과 경쟁사의 전략], [각 시장 별 우리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물었다. 챗GPT는 각 조건에 맞게 술술 답했다. 물론 이대로 낼 수는 없다. 챗GPT가 작성한 사업 기획안을 토대로 내용을 더 보강하고 세부 전략을 짰다. 세부 전략까지 챗GPT에 물을 수 있었지만 챗GPT가 잘 답변할 수 있는 명령어를 또 한 번 생각하고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니 직접 기사와 경영 컨설팅 업체 자료를 찾아 나서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챗GPT가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목차를 짜 준 덕에 내용을 채우는 것이 수월했다.
#신2 : 영어에 자신 없다면 이것부터
챗GPT는 한글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챗GPT는 영어로 설명했을 때 더 정교한 답변을 내놓았다. 가장 큰 차이는 답변의 속도다.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답변이 느려지기 때문에 영어로 질문할 때와 한글로 질문할 때 답변의 속도 차이가 크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김 대리는 번역 확장 프로그램을 깔았다. 챗GPT와 번역 창을 모두 켜 놓고 매번 왔다 갔다 하면 번거롭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구글 검색에 ‘크롬 웹스토어’를 검색하고 가장 유명한 번역 프로그램인 ‘프롬프트 지니’를 설치했다. 그러면 챗GPT 질문 창에 ‘번역해서 질문’이라는 새로운 창이 추가된다. 한글로 질문을 작성한 뒤 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끝이다. 빨라진 속도에 김 대리는 만족했다.
#신3 : 챗GPT가 써 준 영어 메일
사업 기획안으로 회의를 마친 김 대리는 이제 해외 유통 채널 바이어들에게 e메일을 보내야 했다. 한국 온라인 플랫폼에 먼저 보냈던 제휴 요청 메일을 열었다. 그대로 복사해 챗GPT에 영어로 번역해 달라고 했다. 챗GPT는 다른 번역 애플리케이션(앱)보다 깔끔하고 정확하게 영어 메일을 작성했다. 다시 영어 텍스트만 복사해 붙여 넣은 후 업무용 메일인데 문법적으로 맞는지 검수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챗GPT가 쓴 메일을 챗GPT에 검수시켰더니 문법과 어휘가 더 정교해졌다.
#신4: 출장 계획 짜는 것은 아직 직접 해야
오후에 졸음을 참고 있던 김 대리에게 해외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파리 백화점에 가 직접 시장 조사를 하라는 부장의 지시였다. 김 대리는 자연스럽게 항공권을 검색하려다 혹시 챗GPT가 출장 계획도 짜 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출장 기간과 총예산, 출장지를 입력한 뒤 출장 계획을 짜 달라고 했다. 챗GPT는 5월 15일부터 19일까지 대한항공 파리 직항이 100만원이라고 했다. 이상해 직접 검색해 보니 200만원대였다. 실망했다.
챗GPT로 여행 계획 짜는 법을 다시 검색했다. 검색을 위한 검색이었다. 그러자 곧 챗GPT에서 항공권·호텔 검색은 물론 예약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기사가 떴다. 오픈AI가 챗GPT의 앱스토어 격인 ‘챗GPT 플러그인(plug-in)’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앱을 깔아야 제 역할을 하듯이 다른 웹사이트와 챗GPT를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을 공개했다. 우선 익스피디아·카약·오픈테이블 등 외부 웹사이트 11개를 대상으로 플러그인이 제공된다.
하지만 아직 대기 리스트에만 이름을 올려 놓을 수 있다. 오픈AI는 우선 소수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플러그인을 적용하고 점차 그 범위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 대리는 이 소식을 듣고 챗GPT가 진짜 ‘비서’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다.
#신5 : 엑셀 초보, VBA에 도전하다
김 대리는 내친김에 챗GPT로 엑셀에도 도전했다. 기본 함수는 알지만 데이터가 큰 엑셀을 받아 들면 피벗테이블 정도만 사용할 줄 알았다. 챗GPT는 일단 원하는 함수를 척척 찾아내 준다. 챗GPT에 엑셀 데이터를 넣고 명령어로 “엑셀에서C2:C17 값 중 ‘재고’인 값을 찾아 대응하는 D2:D17의 숫자를 모두 더하는 함수를 생성해 줘”라고 하면 원하는 함수를 바로 찾아내 준다. 셀 값에서 조건을 찾아 원하는 값을 도출해 주기도 한다. 김 대리는 그동안 도전해 보지 못했던 ‘VBA 코드’에도 도전해 봤다. 엑셀 내부에 저장된 자동화 프로그램인 ‘VBA 코드’는 함수보다 코딩에 가깝기 때문에 엑셀 고수들만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챗GPT에 “엑셀 A:G행이 빈 칸일 경우 그다음 텍스트가 나올 때까지 행을 삭제하는 VBA 코드를 생성해 줘”라고 하자 자칭 ‘엑셀 전문가’ 챗GPT가 VBA 코드를 짜 줬다. 만약 2000개의 열이 있는 엑셀을 열고 빈칸을 일일이 삭제하려고 하면 많은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챗GPT는 이 코드를 1분 만에 짜 줬다. 김 대리는 이제 챗GPT로 VBA 코드까지도 섭렵했다.
#신6: 인턴 면접
“내일 우리 인턴 면접인 거 알지? 김 대리도 들어와.” 퇴근을 앞둔 김 대리는 고민에 빠졌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챗GPT에 질문 10개만 뽑아 달라고 했다. “2030 여성을 위한 의류 브랜드에서 인턴을 채용할 때 해야 하는 질문 10개만 만들어 줘.” 챗GPT가 질문 10개를 쭉 뽑아냈다. 지원 동기와 지원자의 경험과 직무 적합성을 묻는 기본 질문부터 “마케팅을 할 때 창의성과 데이터 중심 의사 결정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등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이대로만 질문하면 되겠다 싶어 김 대리는 ‘칼퇴’했다.
영화 ‘올드보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영화의 대사가 20년 뒤 현재에 적용된다. 챗GPT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질문자에게 달려 있다. 질문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라는 것을 김 대리는 느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