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0.5t 전기트럭 선보인 교수 “경형 상용차 시장은 무주공산”

고성민 기자 2023. 4.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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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4월 9월까지 열리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선 단종한 한국GM의 경형 트럭 라보를 닮은 전기 트럭이 눈길을 끌었다. 김경수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2021년 설립한 전기 상용차 스타트업 퓨처이브이(EV)가 개발한 차다. 차명을 아직 정하지 않아 프로젝트명인 F100으로 불린다. F100 시제품이 대중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퓨처이브이 대표)가 F100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고성민 기자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가 진행된 지난달 30일 고양시 킨텍스 카이스트 부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경형 트럭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봤다”고 말했다.

상용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디젤차가 주류여서 전동(전기로 움직임)화 요구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대형 자동차 기업은 전기 승용차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사업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카이스트에서 오랜 기간 연구한 모터·배터리 제어 기술이 밑거름이 됐고, 라보와 다마스가 단종하면서 경쟁자도 없어졌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면 쉽지 않죠. 0.5톤(t)급 트럭은 대기업 입장에선 규모가 작은 시장이라 제품을 내놓지 않고 올해 1월부터 국내 경형 트럭 안전 법규가 대폭 강화돼 자체 기술이 없는 중소기업은 쉽게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무주공산이라 경형 트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섰습니다.”

퓨처이브이의 경소형 트럭 ‘F100’ 시제품의 옆 모습. /고성민 기자

라보와 다마스로 대표되는 경상용차는 지난 30년 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를 바탕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로 불렸다. 2021년 라보와 다마스가 단종하며 국내에는 현재 마땅한 대체 차종이 없다.

퓨처이브이는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를 통해 F100의 상세 제원을 최초로 공개했다. 라보와 다마스를 직접 대체하는 경형 트럭 F100S, 이보다 전장(차 길이)을 늘린 소형 트럭 F100L, 전장을 줄인 초소형 트럭 F100-미니(Mini)로 차급을 분류했다.

F100S는 전장 3595㎜, 전폭(차의 폭) 1495㎜, 전고(차 높이) 1770㎜다. 최고 출력 25㎾(34마력), 최대 토크 175Nm의 성능을 낸다. 20㎾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인데, 삼성SDI 배터리도 검토 중이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120㎞(회사 실험치)이며, 최대 적재 중량은 500㎏다.

소형 트럭 F100L은 25㎾h 배터리를 탑재(주행거리 150㎞)한 모델과 35㎾h(주행거리 210㎞) 모델로 나뉜다. 초소형 트럭 F100-미니는 10㎾h(주행거리 70㎞) 배터리를 장착한다.

퓨처이브이의 경소형 트럭 ‘F100’ 시제품의 앞 모습. /고성민 기자

주행거리가 짧게 느껴지는데, 김 교수는 “타깃층을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승용차는 서울에서 강원도·부산까지 운행하지만, 상용차는 운행 지역이 정해져 있다”며 “특히 라스트 마일(배송의 마지막 구간)은 동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평균 운행 거리가 100㎞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교통연구원의 ‘택배 집배송 기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택배차의 일평균 운행 거리는 55.8㎞였다. 국내에선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211㎞인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3 EV가 인기를 끌고 있다.

F100의 장점은 낮은 공차중량을 토대로 한 전비다. F100S의 공차중량은 835㎏에 불과하다. 전기 트럭인데 다마스(865㎏)보다 가볍다. 자체 실험에서 전비가 도심 기준 약 7㎞/㎾h로 나왔다.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의 도심 전비는 각각 3.6㎞/㎾h다. 전비가 좋기로 유명한 현대차 아이오닉6(기본형 RWD 18인치)의 전비는 도심에서 6.8㎞/㎾h다.

김 교수는 “회생제동의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도심 전비 8㎞/㎾h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전비가 가장 좋은 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비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전기차 충전이 불편하지 않게 되면 전비가 제품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며 “전기 요금이 오를수록 전비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산 배터리는 저렴하지만 무거워 전비를 떨어뜨린다. 중국산 배터리를 택하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퓨처이브이의 경소형 트럭 ‘F100’ 시제품의 실내. /고성민 기자

퓨처이브이는 F100 생산을 국내 1위 농기계 회사인 대동에 위탁한다. 퓨처이브이는 작년에 대동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기술 협력과 생산 위탁에 합의했다. 현재 대구에 위치한 대동모빌리티의 스마트 제조공장 S팩토리에 F100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출시는 내년 9월 예정이다. 김 교수는 모터와 자동차 관련 특허를 100여개 보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LG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 일했고, 2007년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카이스트 기획처장과 퓨처이브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그는 “LG전자를 다니며 기술로 제품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제품을 만들겠다는 소명 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고 했다.

사업을 진행하며 가장 힘든 점으로는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자동차 제조 강국이라고 불리는데, 부품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인프라가 다 중국으로 넘어가 예전처럼 많은 협력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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