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 사로잡힌 국민의힘…지지율 하락에 거듭 소환[이런정치]
한동훈, ‘정순신 부실 검증’ 비판에 “文정부에서도 확인 못 해”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무한책임’을 강조한 지 7개월이 지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또다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환되고 있다. 당시 지지율 부진을 겪던 윤 대통령은 쇄신을 강조하며 ‘전 정권을 탓하지 말자’고 지시했지만, 여전히 지지율 하락 때마다 전 대통령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주69시간제 비판’에 대해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했다. 임 의원은 “선택적 근로시간을 3개월 이내로 할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은 노사 합의가 아닌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선택적 근로시간을 3개월로 만든 것도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률적인 주52시간제를 도입해 사회적 부작용이 생겨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라는 주장이다.
여당 지도부는 최근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원전 지원 국정조사’가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원전’ 문건을 전달했다는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이 조작된 경위 등에 대해 우리당이 21건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우리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단 한번도 받아들인 적 없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끝내 우긴다면, 문재인 정부가 했던 지금도 베일에 쌓여있는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부터 국정조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김기현 대표도 민주당의 입법독주를 질타하며 “민주당은 총선용 나 몰라라 퍼주기 입법으로 양곡관리법에 연간 1조 원,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초래한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혈세 보충 방안 연간 5조 원, 기초연금 확대로 연간 10조 원을 쏟아 넣자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 때 국가의 미래를 내팽개치고 선심성 복지와 퍼주기 현금 지원으로 국가채무가 5년간 무려 450조 원이나 늘어나서 국가채무가 1천조 원을 넘어서고야 말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 재정상황이 어려워졌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민주당의 퍼주기식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정순신 변호사 부실 인사 검증’ 논란에 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한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정 변호사 자녀의 학폭 사실을 알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정부가 알고도 인사를 밀어붙인 것이라면 하루도 안돼 철회했을 리가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정순신 사태’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인사 참사’가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한동훈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 장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책임자로, 인사정보관리단은 경찰이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단수 추천한 이후 일차적 검증을 담당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검찰과 경찰이 (학폭 사실을) 걸러냈다면 이런 일로 (피해자가) 아픔을 겪는 일이 없었을텐데 그 점은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확인할 수 없던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을 여러 번 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1975년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법원에서 혼인 무효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진사퇴했다.
한 장관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서도 ‘한동훈 책임론’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본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 인사검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때 야당이 비판했던 것이 검찰에 대한 봐주기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비판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이슈는 5년 전 언론에도 보도됐던 사항”이라며 “누구를 탓하기 보다,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이 훨씬 여당답게 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문재인 찾기’는 지지율 회복을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정권에 대한 반감을 돋우고 지지층을 결집시켜 여당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나란히 3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1%p, 민주당은 2%p 하락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한 뒤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무당층 비율은 29%로 양당 지지율과 4% 차이에 불과했다.
당내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 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외부적 요인이 컸다”며 “우리가 잘한 것보다 상대방이 못한 것이 많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 이탈표가 집결했다’, ‘무당층이 결국 정권교체를 택했다’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카드가 문 전 대통령인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윤계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취임 첫 해에나 이런 식으로 지지율 올리는 것이 가능했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지난 정권을 언급하며 지지율을 올리려고 하면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총선은 말마따나 윤 대통령의 얼굴을 걸고 하는 총선 아니냐”며 “그러려면 뭔가 성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고 여당이 좀 더 건설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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