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두 얼굴을 가진 헐크”…누구 몸엔 좋고, 누구 몸엔 나쁜가[이용권 기자의 Health 이용권]

이용권 기자 2023. 4. 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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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즐기는 커피, 건강과의 상관관계는?
커피 안에 1000여 종의 화학물질 함유…개인 질병에 따라 ‘毒 or 藥’
일반인 하루 3잔 이내가 좋아…역류성식도염, 고콜레스테롤증 환자는 조심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현재 커피와 사랑에 빠져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2018년 기준)으로 세계 평균(132잔)의 3배라고 한다. 과거엔 도심 상가에 한집 걸러 한집이 술집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커피숍이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커피숍은 9만1845곳. 국세청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엔 4만4305곳이었는데, 연평균 12.9%씩 늘어난 것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각성효과를 내는 만큼 커피를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지 않겠냐는 생각들이다. 물론 알코올(술)도 우리 몸에 좋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술집이 많은 것을 보면 커피와 건강과의 합리성을 찾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근대 들어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중세에 ‘악마의 물’로 불리기도 했던 커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아직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데, 정말로 몸에 좋을까? 혹시 최근 연구들이 거대식품산업의 투자를 받은 편향적인 연구는 아닐까 고민해본 이들도 적지 않을 듯 하다.

◇쏟아지는 커피 유익 연구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커피가 몸에 좋다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국내 연구를 보면 하루에 커피를 1잔만 마셔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25%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팀(제1저자 조현정)이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에 참여한 19만2222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각종 질병 사망률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3만7281명)를 평균 7.7년, 유전체 역학조사 참여자(15만4941명)를 평균 9.7년간 추적했다. 이 기간에 모두 6057명이 숨졌는데, 이들의 사망과 커피 섭취량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커피를 하루 1∼3컵 마시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ㆍ호흡기 질환ㆍ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각각 20%ㆍ32%ㆍ47%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국제식품과학영양학회지’에 실리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커피가 몸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가장 화제를 모은 연구결과는 2015년 하버드 대학공공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연구다. 하루에 3∼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면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3∼7년 정도 더 오래 산다는 결과를 내놨다. 당시 연구팀은 여성 16만8000명과 남성 4만 명 등을 대상으로 30년에 걸쳐 4년마다 이들이 마시는 커피의 양과 수명간의 연관성을 추적했다. 이 결과 하루에 3∼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과 파킨슨병, 성인 당뇨병, 뇌졸중에 따른 조기 사망 등의 위험이 줄어들고, 자살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당시 국제 의학학술지 ‘순환’에 실려 크게 주목받았다.

◇커피가 왜 좋은가…정확히 밝혀지진 않아

커피는 왜 좋을까?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은 교수팀은 논문에서 “커피가 왜 사망률을 낮추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커피에 들어있는 클로로젠산ㆍ카페인ㆍ트리고넬린ㆍ멜라노이딘 등 생리활성물질이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를 내고, 혈당 수치를 개선하는 것이 사망률 감소의 비결일 수 있다”고 했다.

하버드대 연구팀 역시 당시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커피 속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클로로겐산, 마그네슘 등 생리활성 물질들이 인슐린 저항성과 체내 염증을 줄여주기 때문에 장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몸에 좋을 리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나쁜 것은 없을까?…부작용도 적지 않아

평균적으로 일반 커피 1잔에 125mg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카페인은 우리의 정신을 깨어나게 해주는 각성제이지만, 소화관 전체의 수축 빈도를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카페인이 식도하부괄약근을 느슨하게 해 위에 있던 내용물이 쉽게 식도로 역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코감기약에 들어가는 ‘에페드린’, 기관지협착증약에 쓰이는 ‘테오필린’, 감기예방약에 주로 포함된 ‘에키네시아’ 성분의 약물을 복용할 때도 커피를 삼가는게 좋다. 카페인으로 인한 부작용을 악화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은 일반 성인 기준 400mg이다. 임산부는 300mg 이하, 청소년은 체중 1kg 당 2.5mg을 권장한다. 권고량을 지키기 위해선 하루 2~3잔 정도 마시는 게 적정량이다.

◇좋은 거야 나쁜 거야?…과유불급

최근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연구팀이 지난해 말 대한의학회의 SCIE 학술지 JKMS에 게재한 논문이 흥미롭다. 2002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13건의 코호트 연구를 메타 분석한 연구인데, 결과는 커피 섭취와 고혈압 발생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커피 섭취가 고혈압의 위험성을 낮춘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들의 신뢰성이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분석을 통해 총 31만여 명의 연구대상자 중 고혈압 환자는 6만4000여 명임을 확인했고 13건의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결과, 커피 섭취가 고혈압의 발생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존에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와 질적 수준이 낮은 연구에선 커피 섭취가 고혈압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됐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행된 연구와 기타 성별, 카페인 유무, 흡연, 추적기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수행된 메타분석에서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커피는 이를테면 두 얼굴을 가진 헐크다. 커피 안에는 1000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있어 질병에 따라 위험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최근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찰역학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커피 섭취는 당뇨, 일부 암(간암, 유방암, 대장암 등), 파킨슨병 등의 위험성을 낮춰주지만 저체중아 출산, 유산, 이상지질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승권 대학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커피 섭취가 고혈압의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를 밝혀냈지만, 기존의 또 다른 메타분석 결과에서와 같이 커피 섭취는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커피 섭취는 삼가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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