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증인 잔뜩 불러놓고 "청문회 못해"…與 "진작 못한다 하지"
"당사자 없는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정순신 변호사가 만약에 불참한다면 부인이나 가해자인 아들이라도 나와서 관련된 (학교폭력)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교육위 야당 간사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접질의 통해서 정순신 변호사가 위력을 행사했는지, 법 기술을 활용했는지 증언을 받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럼 정황이 나오죠. 이건 그냥 정순신씨 불러다가 그냥 성토의 장으로 만들어 정치 쇼하려는 것 아닙니까."(교육위 여당 간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교육·입시 기능 마비', '인사 참사'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던 이른바 '정순신 청문회가' 사실상 파행했다. 핵심 증인인 정순신 변호사가 불참하자 청문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청문회를 미루기로 하면서다. 민주당 주도로 의사일정이 갑작스럽게 변경되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학교폭력 해결을 빙자한 정치폭력"이라며 반발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교육위)는 전날(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학폭)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교육위는 지난달 2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 학폭 문제로 낙마한 정 변호사에 대한 핀셋 청문회 실시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하고 청문회를 준비해 왔다.
앞서 교육위는 정 변호사 자녀 학폭 사안과 관련해 김성규 서울대 부총장·고은정 반포고 교장·한만위 민족사관고 교장 등 20명의 증인과 정미영 2018년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 등 2명의 참고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증인들도 대다수 출석하고 교육수장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했지만, 정작 정 변호사와 학폭 사안 관련 행정소송 등을 대리한 송개동 변호사는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 제출 마감 2시간 앞두고 기습 불참을 신고했다"라며 "변명·회피하지 말고 청문회에 나와 아들과 자행한 가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국민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도 "정순신 청문회가 정순신 없이 진행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거들었다.
정 변호사의 공황장애 진단이 청문회를 피하기 위한 꼼수란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 단장인 강득구 의원은 "불과 한 달 전 국수본부장 임명됐을 때 팔팔했던 정순신은 어디 가고 갑자기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하느냐"라고 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진단을 한 병원의 가짜 진단서일 확률이 매우 높다"며 해당 진단서를 자료로 요청했다.
정 변호사에 대한 성토를 쏟아내던 야당은 청문회를 미루거나 동행명령을 발동해서라도 반드시 정 변호사를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며 "고의적인 불출석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라고 했다.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김영호 의원은 유기홍 위원장에게 청문회를 연기하는 내용의 의사일정을 변경을 요청했다. 유 위원장도 이를 받아들여 곧바로 의사일정 변경안을 상정하고 기립표결을 진행, 재석 13인 중 찬성 9인·반대 3인으로 의사일정 변경 안건을 가결했다. 교육위는 오는 14일 청문회를 다시 열기로 하고, 추가로 정 변호사의 부인과 아들까지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정 변호사가 없는 청문회는 무의미하다는 게 민주당이 내린 결론이다. 정 변호사 없이는 △반포고가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가해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삭제 조치를 하는 데 있어 정 변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 △강제 전학 조치로 민사고에서 반포고로 옮겨올 당시 전출 사유를 '거주지 이전'으로 표기한 위장 전학 논란 등 이번 청문회의 핵심 쟁점을 다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의사일정을 무의미하게 포기하는 것은 애초부터 (정치) 공세의 장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나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이태규·권은희·서병수 의원은 항의를 마친 후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애초에 민주당은 청문회가 국회 차원의 학폭 문제 해결 방안 마련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 공세를 위한 정쟁 유발용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라며 "학폭 문제 해결을 빙자한 정치폭력, 국회폭력을 자행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청문회 일정 연기로 이달 초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교육부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정 변호사 청문회가 잡히면서 4월 첫 주로 대책발표 시점을 미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폭 대책 발표 시기에 대해 "변동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실은 없다"며 "구체적인 날짜는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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