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근 글로벌 은행 위기가 국내 금융권에 주는 교훈
자본구조 취약 금융사들 자본 확충이 더 어려워질 수도
금융사 유동성 대응여력 확보, 당국 건전성 규제 강화 필요
일련의 은행 위기 발생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 국채 등의 편중된 투자자산을 갖고 있던 금융기관들이 금리 인상기에 적절히 위험을 관리하지 못한데다 규제완화로 중소형 은행에 대한 금융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금번 사태의 원인이다.
둘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기관들이 복잡한 금융거래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연쇄도산 했었던 반면 이번에는 개별 은행들의 건전성 이슈인 만큼 미국 정부 및 연준의 신속한 정책대응으로 아직까지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 셋째, 크레디트스위스은행 처리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활용하는 신종자본증권의 가치가 전액 상각되면서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저하됨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이 어려워졌다.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 불안이 비단 미국과 유로지역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연스레 드는 의문은 국내 금융시스템은 과연 안전한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앞서 지적한 최근 은행 위기의 시사점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시스템의 취약점을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계 은행들에서 편중된 보유 자산의 가치하락이 위기의 단초가 된 것처럼 국내의 경우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및 채무보증 확대가 주요한 위험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경기가 위축된 데다 건설 자재비용의 인상으로 부동산 사업추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분양주택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의 상환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최근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에서 비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및 보증 규모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개별 부동산 사업자의 위험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동산 사업관련 대출은 통상 거액인 만큼 유사시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는데다 일단 위기 징후가 포착되면 미국에서와 같이 예금보호 한도를 초과한 저축은행 예금은 모바일 뱅킹을 통해 신속하게 인출될 위험이 존재한다.
둘째로, 미국의 경우 개별 은행의 건전성 문제로 정부의 예금보호 조치 및 연준의 긴급 유동성 지급으로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나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나 채무보증은 자본시장과의 연계성이 높고 복잡성이 큰 만큼 위기 발생 시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 관련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하였다가 정부 및 한은의 대규모 시장 안정화 정책에 힘입어 회복된 경험이 있다.
셋째,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여건이 악화되면서 자본구조가 취약한 금융사들의 자본 확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명목상 30년 이상의 장기 채권으로 발행되나 투자자 유치를 위해 5년 만에 조기 상환하고 차환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일부 보험사가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악화로 기존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을 미루기로 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신뢰가 저하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은행 사태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차환 발행이 어려워 자본규모가 작은 금융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매우 원론적이나 금융기관들이 자본 확충 및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예상치 못한 금리 및 유동성 충격에 대한 대응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금융당국 또한 최근에 밝힌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와 같이 금융기관들이 자본비율을 제고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부동산 금융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nocutnews@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달리는 지하철 창문 뜯어갔다…황당 절도범에 '발칵'[이슈시개]
- 아이가 사이드미러 건드렸다고 "400만원 내놔"…무개념 차주 최후[이슈시개]
- '화장실 가라'며 족쇄 풀어줬다가 얼굴 폭행당한 교도관
- '특별법' 제정 촉구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함께 한 진실버스 동행 5일차[정다운의 뉴스톡]
- 전두환 손자 전우원 5·18 피해자 만나 사과…민주묘지 참배·옛 전남도청 방문[정다운의 뉴스톡]
- [뒤끝작렬]말로만 "MZ 의견 듣겠다"는 정부…저출산 해결 의지 있나
- 미 전기차 보조금 세부지침, 韓 입장 거의 반영
- 독립운동 했는데 '수형기록' 없다고 외면…미서훈 유공자 '수두룩'
- 10년 끈 동두천 '소요산 박찬호 야구공원', 왜 백지화됐나
- "오프로드 '손맛'을 느끼다"…올 뉴 디펜더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