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스캔 후 3D 프린터로 나만의 안경 맞춰주는 ‘콥틱’
제품 완성에 8일 소요… 100% 맞춤제작
누적투자액 100억원… 해외 진출 모색中
“어려서부터 많은 안경을 썼지만 얼굴에 딱 맞지 않아 불편했습니다. 매번 안경테가 얼굴에 꽉 껴서 답답했고, 안경렌즈와 눈까지의 거리가 짧으면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어지러웠습니다. 소비자로서 직접 경험한 일들이 창업의 자산이 됐습니다”
3D 프린팅 안경 브랜드 ‘브리즘’ 운영사 콥틱의 박형진 공동대표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장기간 안경을 써온 고객이다. 일반인보다 안경에 예민했던 탓에 취향에 맞는 안경을 찾기가 어려웠고, 새로운 안경을 구입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박 대표는 우연히 떠났던 일본여행에서 선진화된 안경 시장을 접하고 해답을 찾았다. 획일적인 디자인이 많은 한국 안경점과 달리, 일본에서는 제품 고급화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안경 시장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
P&G와 월트디즈니 등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로 근무했던 박 대표는 2006년 패션 안경 브랜드 ‘알로’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안경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 알로를 떠나 잠시 공백기를 가지던 중 3D 프린팅 사업을 하던 성우석 현 공동대표를 만나 2018년 안경 브랜드 ‘브리즘’을 론칭했다.
브리즘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에게 어울리는 안경테를 설계하고, 3D 프린터로 고객에 딱 맞는 제품을 생산한다. 2018년 12월 브리즘 1호점을 낸 후 현재까지 총 8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서울대기술지주,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100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브리즘 서울시청점에서 박 대표를 만나봤다.
-어떻게 창업을 하게됐나.
“안경은 소비자들의 사회적 수명을 연장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성장기에는 시력을 교정해주는 안경을 써야 수업에 집중할 수 있고, 노년기에도 시각 정보를 잘 얻어야 뇌세포가 활성화된다. 시력과 암기력, 시력과 치매 유병률의 연관 관계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시력을 제대로 교정해줄 수 있는 안경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안경을 제작하려면 소비자의 직업이나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안경테와 렌즈를 골라야 하는데, 현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고객에게 딱 맞는 상품을 제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서 직접 느꼈던 불편함을 개선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어떻게 설계하나.
“적외선으로 점 1000여 개를 쏴 소비자의 얼굴 지형도를 읽는다.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페이스 아이디(face id) 기술에서 착안했다. 여기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굴 유형을 분류하고, 해당 유형에 속한 고객이 샀던 안경테 제품 상위 5개를 추천해준다. 고객의 70%는 추천된 제품 안에서 선택한다.
원하는 제품을 고른 뒤에는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코받침 위치나 안경다리 길이 등을 조절한다. 고객의 얼굴 사진을 직접 스캔한 뒤 얼굴 크기와 미간, 양쪽 눈의 위치 등을 분석한 ‘아이웨어 리포트’를 만들어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안경의 세부요소를 조정하고, 최종적으로 제작에 나선다.
맞춤형 제품을 제작해야 하는 만큼 상담은 예약제로 진행된다. 프레임과 렌즈 상담에 각각 30분씩 소요된다. 상담 과정에 고객이 본인의 얼굴형에 맞는 프레임과 시력에 맞는 렌즈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환경이 조성돼야 고객과의 신뢰가 싹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은 어떻게 진행되나.
“3D 프린터를 사용한다. 옛날에도 맞춤형 안경은 생산할 수 있었지만 통상 3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이 기간이 단축된다. 브리즘에서는 현재 제작기간이 평균 8일 소요된다. 향후 데이터가 더 쌓이면 5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D 프린터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공장에서 안경을 만드는 과정에는 낭비되는 재료가 많다. 예를 들어 뿔테 안경을 만들 경우, 네모난 아세테이트(인조섬유) 시트에서 안경테를 잘라내고 잔여 부위를 버린다. 원재료 손실이 크다. 그러나 3D 프린터는 필요한 만큼만 원재료를 사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최근에는 레이저 커팅 방식으로 티타늄 안경을 제작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티타늄 안경테는 일반 안경테 소재에 비해 고가이지만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착용감 때문에 사랑받아 왔다. 그간 소재 특성상 수작업으로만 제작됐는데, 레이저 커팅 기술을 통해 개인 맞춤형 설계 및 제작을 실현했다.”
-맞춤형 제작이라 가격이 비쌀 것 같다.
“현재 브리즘에서 안경테를 맞추는 데 16만원, 렌즈 구입에는 15만원가량 소요된다. 뿔테 기준으론 30만원 안팎이다. 장기적으로 생산물량이 늘어날 경우 단위당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20년 사이에 국민소득이 2배로 늘었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취향은 다양해졌다. 좋은 서비스를 받고 맞춤형 안경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비싼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다양한 수상경력이 있는데.
“안경다리에 마스크 걸이를 부착해 귀 뒤에 끈이 닿지 않도록 디자인한 ‘고흐’ 모델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 ‘굿디자인’ 등 3곳에서 상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시기에 귀 뒤에 마스크 끈이 닿아 불편했던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작년에는 CES에서 혁신상도 받았다. 브리즘 모델이 디지털화된 맞춤형 안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품과 정보통신기술(IT)이 접목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CES에서는 스타트업 서울관에 부스를 차렸는데, 루이비통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와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간의 경영 실적은 어땠나.
“2018년 12월 브리점 1호점을 낸 후 현재까지 8호점을 열었다. 사업이 시작된 2017년 5월 이후 누적 판매액은 110억원이다. 그간 투자유치도 꾸준히 했다. 작년 말 산업은행과 서울대기술지주,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 54억원을 유치했다. 총 누적투자액은 100억원이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브리즘을 찾는 고객은 주로 30·40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보는 사람) 남성이다. 앞으로는 안경을 늘 착용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성장기에 시력교정이 필요한 청소년과 노안이 심화되고 있는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뉴욕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얼굴 3D 스캐너와 제품 샘플을 갖다놓고 고객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3월 초 기준으로 50명이 다녀갔는데, 절반은 동양계 미국인이다. 미국에서는 동양인에게 맞는 안경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브리즘에서 맞춤형 안경을 제공하고 있어 호응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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