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3000억 배당하면 매각 쉽다는 아워홈 장남…두려움은 직원 몫
아워홈 지난해 순이익의 11.6배 수준
”배당 증액은 지분 매각에도 유리” 주장
재계 “말도 안 돼”…노조 “투쟁할 것”
“장남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최근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에서 불거진 장남발(發) ‘남매 갈등’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입니다. 지난해 6월 이사진 교체를 놓고 한차례 맞붙었던 아워홈 창업주의 아들·딸은 이번에 배당을 놓고 또 맞붙었습니다. 2017년 시작한 1차 ‘남매의 난’을 시작으로 이번이 4번째입니다.
이번 갈등은 장남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이 회사로 보낸 주주제안이 발단이 됐습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2966억원을 지급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지은 부회장이 이끄는 아워홈은 이에 맞서 30억원 배당을 꺼내 들었습니다.
주주의 배당 증액 요구는 당연합니다. 현행법에서조차 아워홈 같은 비상장회사는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주주제안은 의안으로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구 전 부회장의 2966억원 배당 요구는 오는 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재계에선 ‘장남이 너무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걸까요. 특히 구 전 부회장은 지난 30일 본인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이번 제안은 지분 매각의 효율성을 위함’이라고까지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2월 “가족 화합을 위해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입니다.
문제는 장남이 요구한 배당의 규모입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요구한 배당액은 지난해 아워홈이 벌어들인 순이익 약 255억원의 11.6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로 연간 현금 배당으로 이뤄지는 배당은 순이익의 일부를 배당금으로 책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은 현재 5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이 누적되어 있는 상황”이라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아워홈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워홈의 2021년 기준 이익잉여금은 5567억원입니다. 지난해 순이익이 났으니 조금 더 늘었을 겁니다.
이익잉여금을 통해 배당금을 내라는 것이지만, 사실 이 경우 아워홈은 배당금을 내기 위해 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에 나서야 합니다. 순이익에서 배당 등에 쓰고 남은 돈을 쌓은 게 이익잉여금이지만, 이 이익잉여금이 배당에 바로 활용할 수 없는 현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1년 기준 아워홈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240억원 수준입니다. 배당이 이미 현금성 자산을 넘어서는 것으로, 회사 측은 이 경우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금성 자산을 차입금 상환과 회사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활용해야 하는 탓이죠.
이런 가운데 2966억원의 배당이 주주총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가장 혜택을 보는 사람은 구본성 전 부회장입니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35.56%를 지닌 최대주주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1144억원을 구 전 부회장이 갖고, 배당소득세 등을 제해도 578억원이 나옵니다.
아워홈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구자학 회장이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과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에게 물려줄 회사를 만들기 위해 LG그룹에서 독립해 2000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지분의 약 99%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재계에선 구 전 부회장이 주주제안 입장문에서 밝힌 ‘매각 효율성’은 아예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합니다. 구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매각 효율성은 말하자면 몸집 축소입니다. 회사의 자산인 이익잉여금을 배당으로 털어내면 보다 지분 가치가 내려가고 보다 쉽게 지분을 팔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구 전 부회장의 언론 소통을 담당하는 마콜컨설팅그룹은 배당과 매각 효율성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5000억원 이익잉여금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3000억원가량의 현금이 빠지면 몸값이 내려가고 매수처와의 협의도 더욱 편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은 회사의 인프라 투자, 혹은 신사업 확장 등에 활용되는 말하자면 미래 자산”이라면서 “지분 인수에 조금 더 많은 돈을 쓰더라도 기업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잉여금이 많은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게 누가 봐도 이익”이라고 설명합니다.
구 전 부회장의 배당 확대 요구에 회사도 어수선한 모양입니다. 범LG가로 분류되는 아워홈 역시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애초 경영 수업을 받던 구지은 부회장을 제치고 대표이사에 오른 2017년을 시작으로 남매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되자 구지은 부회장은 구미현, 구명진 언니들과 손잡고, 구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대표이사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이른바 2차 남매의 난이었습니다.
작년엔 구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의결하기 위해선 이사회가 다시 구성돼야 한다며 경영 복귀를 선언하고 3차 남매의 난이 벌어졌습니다. 불과 지난해 6월에 일어난 일로 장녀 구미현씨가 빠지고 구지은 부회장(20.67%)과 차녀 구명진씨(19.6%)가 연합하며 일단락된 바 있습니다.
아워홈 노조까지 나서 구 전 부회장에 맞서고 있습니다. 아워홈 노조는 “아워홈 1만 직원들은 삶의 터전인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직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주주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조차 구 전 부회장의 배당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비슷한 의견을 냅니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꾸려가는 임직원이기도 하다는 점을 아워홈의 주주가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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