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저점 3분기…경기 하강 골 깊어져”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2023. 4.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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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저점도 3분기로 지연…경기 하강 골 깊어져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41억 달러로 집계됐다. 사진은 올해 1월 26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한국경제 DB


미국 중앙은행(Fed)은 2022년 3월 금리 인상에 착수한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연방기금금리를 47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물가상승률이 40년 내 가장 높았던 만큼 금리 인상 속도도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빨랐다.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공히 발생하지만 금리 인상은 대표적으로 수요를 건드리는 정책이다. 총수요를 억제하면서 그 수요 요인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을 꺼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

금리 인상이 총수요 억제, 즉 실물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에 이르는 경로는 실로 다양하다. 전방위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관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Fed는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앞으로 한 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2분기 5.25%)이면 적절한 종착점에 도달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수 개월 전에는 디스인플레이션을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가파른 금리 인상을 고수했다면 이제는 금리를 5.25%까지 올려놓고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경기 하강기에서 Fed의 금리 인상 중단은 시중 금리 하향 안정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명목 금리뿐만 아니라 실질 금리도 하락할 것이다.

중기적 시계에서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다. 리세션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책 금리도 장기 균형에 수렴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은 3월 FOMC에서 공개된 경제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Fed는 올해 4분기 근원 개인 소비 지출(Core PCE) 물가가 3.6%까지 내려와도 금리 인하가 섣부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2024년 2.6%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는 75bp 내외, 2025년에는 125bp 내외의 인하가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2분기부터 본격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으로 근원 물가가 올해 4분기 3.2% 내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라 현재 Fed의 예상보다 앞선 시점인 올해 말 전후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실질 금리의 하락을 추가적으로 수반하면서 내년 투자 사이클의 회복을 견인할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투자의 향방은 어떻게 예측해야 할까. 향후 2개 분기 정도는 대출 태도 악화 및 소극적 자본 지출 전망의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금리 인상(5월) 후 6개월 정도가 경과해 실질 금리 하락에 시차를 두고 주문이 반응할 올해 4분기가 회복이 완만히 재개되는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수출에 대한 시사점으로 마무리한다. 한국의 경기 및 수출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미국 ISM제조업지수다. 미국 제조업지수이지만 글로벌 제조업이 서로 연동돼 있어 글로벌 제조업 투자 사이클의 대리인(proxy)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와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현재 미국 제조업은 악화된 금융 여건과 제반 거시 경제 비용의 상승에 시차를 두고 추가적으로 하방 압력에 놓인 상태다. 현재까지 누증된 거시 경제 비용에 8개월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고 할 때 제조업의 바닥은 6월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미국 대출 태도의 추가 악화라는 새로운 악재가 제조업 바닥을 한 개 분기 정도 추가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B2B이다. 생산을 위한 중간재와 투자를 위한 자본재 수출이 전체 수출의 87%를 점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제조업 업황이 먼저 돌고 이들 중간재와 자본재에 대한 주문으로 귀결돼야 시차를 두고 수출이 회복하는 구조다. 그 중심에 반도체를 위시한 정보기술(IT)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투자 회복이 지연되는 만큼 한국 수출 사이클의 바닥도 기존 2분기가 아닌 3분기일 공산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경기 하강의 골은 좀 더 깊을 것으로 보인다. 3월 20일까지 하루 평균 수출이 전년 대비 23.1% 감소한 점이 골이 깊다는 증거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2022 하반기 거시경제·금리 베스트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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