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쏟아부었는데..시작부터 암초 만난 메츠의 꿈[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메츠의 야심찬 계획이 시작부터 틀어지고 있다.
뉴욕 메츠는 3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트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했다. 이날 메츠는 마이애미 에이스이자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샌디 알칸타라를 무너뜨리며 5-3 승리를 거뒀다.
에이스 맥스 슈어저가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불펜이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켰다. 타선에서는 브랜든 니모가 3타점을 기록했고 제프 맥닐과 스탈링 마르테가 멀티히트로 타격감을 과시했다. 투타 조화를 선보이며 최고의 투수를 제압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메츠는 이날 경기에 앞서 저스틴 벌랜더가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우측 옆구리 쪽에 이상을 느낀 벌랜더는 IL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벌랜더는 첫 이탈자가 아니다. 벌써 마운드의 4번째 주요 이탈자다.
메츠는 캠프 초반 호세 퀸타나가 갈비뼈 피로골절로 이탈했다. 퀸타나는 최소 3개월 이상 결장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으로 출전했다가 경기 승리 후 세리머니를 하다가 우측 무릎 슬개건 완전파열 진단을 받았다. 디아즈는 사실상 시즌아웃됐다. 개막 하루 전인 30일에는 우완 일라이저 에르난데스가 우측 어깨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리고 개막전 당일 벌랜더까지 부상자 명단으로 향하며 이탈했다.
에르난데스를 제외하면 모두 올시즌 메츠 투수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선수들이었다. 벌랜더는 홈 개막전 등판을 위해 3번째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슈어저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특급 에이스였다. 베테랑 퀸타나는 4선발 역할을 맡아줘야 할 선수였고 디아즈는 말이 필요없는 메츠 부동의 마무리 투수였다.
메츠 입장에서 이들의 이탈이 더 뼈아픈 것은 에르난데스까지 네 명의 투수가 모두 올시즌을 앞두고 메츠가 새로 계약을 안기며 야심차게 투자한 선수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메츠는 지난해까지 로테이션을 이끈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과 이번 오프시즌 결별했다. 디그롬은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했다.대신 메츠는 지난해 완벽하게 토미존 수술에서 복귀하며 통산 3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한 40대 노장 벌랜더와 2년 8,667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슈어저와 마찬가지로 계약 기간은 짧지만 연봉이 4,000만 달러가 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메츠 뒷문을 지킨 뒤 FA 자격을 얻은 디아즈와는 5년 1억2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역대 마무리투수 최고액 계약을 맺어 잔류시켰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베테랑 퀸타나와는 2년 2,6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어 로테이션 슈어저-벌랜더 원투펀치의 뒤를 맡기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마이애미가 전력에서 제외한 기대주 출신 에르난데스도 트레이드로 영입해 마운드의 예비 전력으로 삼았다.
'억만장자'인 스티브 코헨 구단주가 구단을 인수한 메츠는 '사치세는 내면 그만'이라는 기조 아래 그야말로 과감하게 돈을 풀었다. 센가 코다이, 데이빗 로버슨 등과도 FA 계약을 맺었고 브랜든 니모도 대형 계약으로 잔류시킨 메츠는 지난겨울에만 4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고 올시즌 연봉 총액은 3억5,000만 달러가 훌쩍 넘어 사치세 '벌금'으로만 약 8,000만 달러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메츠는 계약 총액 합계 2억 달러 이상으로 오프시즌 지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세 투수가 모두 부상으로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메츠는 장기계약보다는 3년 전후의 단기 혹은 중기 계약으로 선수들을 대거 품었다.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들도 있지만 단기간에 힘을 쏟아부어 빠르게 우승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40세인 벌랜더처럼 나이가 많더라도 1-2년 정도는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큰 돈을 투자했다. 그렇기에 메츠는 장기적으로 기다릴 여유가 없다. 언제 기량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베테랑, 노장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올시즌부터 당장 치열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 투수들이 대거 이탈한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고 결국 남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으며 통 크게 지갑을 열 당시에 세워놓은 야심찬 계획은 대거 틀어지게 됐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두 명이나 이탈한 메츠는 타일러 메길, 데이빗 피터슨 등 확실한 커리어를 쌓지 못한 젊은 선수들에게 로테이션 중책을 맡기게 됐다. 마무리투수 역시 현역 최고 평가를 받는 디아즈 대신 사실상의 은퇴에서 복귀한 노장 로버슨이 맡는 상황이 됐다.
거액을 투자했고 개막전 승리도 거뒀지만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메츠가 부상 악재를 딛고 올시즌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저스틴 벌랜더)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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