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꿈꾸는 신진 안무가의 기발한 무대…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

조재현 기자 2023. 4.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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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여성이 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의 신진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텝Ⅲ: 안무가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넥스트 스텝'은 2018년 시작된 국립무용단의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다.

이들 안무가는 지난해 9월 공모에서 선발된 이후 7개월간 무대미술, 의상, 연출·구성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작품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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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프로젝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22일
'야수들' '라스트 댄스' '메아리' 첫선
국립무용단 신진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 공모작으로 선정된 박소영 안무의 '라스트 댄스'. (국립무용단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6명의 여성이 있다. 한데 모인 5명은 밝게 웃는데, 이들과 멀찌감치 홀로 떨어져 있는 여성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기세다.

고조되는 음악에 여성들의 춤사위는 격렬해지고, 홀로 떨어진 여성은 무리를 보며 괴로워한다. 음악이 경쾌한 리듬으로 바뀌자 한데 뭉쳐 밝은 표정으로 춤을 추지만, 결국엔 또 다른 여성이 홀로 남는다. 멍한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던 여성은 별안간 괴성을 지르며 주저앉는다.

안무가 박소영이 무대 위에서 경험한 공황장애의 순간을 토대로 만든 '라스트 댄스'의 일부다. 마지막 춤을 뜻하는 제목처럼 죽음 직전 3초간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삶의 순간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박소영 안무의 '라스트 댄스'. (국립무용단 제공)

이 작품은 '한국인의 가족주의'를 춤사위로 그려낸 최호종 안무의 '야수들', 떠났다가 돌아오는 철새들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정보경 안무의 '메아리'와 함께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의 신진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텝Ⅲ: 안무가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박소영 안무가는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결국엔 다시 삶을 선택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이 사람이 죽음에 내몰리게 된 배경을 살피고, 부정적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긍정의 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최호종 안무의 '야수들'. (국립무용단 제공)

'야수들'은 가족으로 설정된 4명의 무용수가 가위로 상대방의 옷을 자르는 등의 놀이를 하면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현실의 고통을 헤쳐가며 야수가 돼가는 한국인과 그에 따라 해체되는 가족을 초현실적으로 그렸다.

안무가로서 처음 작품을 올리는 최호종은 "놀이를 통해 생기는 모순이나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차용해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작품에 녹여내려 했다"고 말했다.

'메아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울림을 준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하는 11명의 무용수들은 철새를 상징한다. 이들은 궁중음악 '수제천'을 재해석한 음악에 맞춰 무대를 활보하며 삶과 죽음,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탐구한다.

정보경은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들이 지속해서 또 다른 의미를 준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철새를 통해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돌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보경 안무의 '메아리' (국립무용단 제공)

'넥스트 스텝'은 2018년 시작된 국립무용단의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다. 이들 안무가는 지난해 9월 공모에서 선발된 이후 7개월간 무대미술, 의상, 연출·구성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작품을 만들어왔다.

국립무용단원만을 대상으로 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이번에는 외부 안무가에게도 기회를 줬고, 정보경이 1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선발됐다.

선정작 3편 중 관객 평가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은 단편 영화 형태로 제작하고, 향후 국립무용단의 정규 레퍼토리로 확장할 기회도 얻는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적 소재와 전통춤의 기반을 잃지 않는 선에서 세계화의 발판이 될 만한 작품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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