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달 만에 50억달러 적자, 30년 對중국 무역흑자 끝나나
지난 30여 년간 줄곧 흑자를 냈던 대(對)중국 무역이 올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2월 대중 무역 적자는 50여 억달러로, 무역 상대국중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국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교역보다 적자 폭이 컸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대중 수출이 1년 전 대비 3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무역수지가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국 수출 부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액은 세계 1위였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중국에 중간재와 부품 등을 수출하는 우리의 대중 수출도 같이 늘어나 서로 윈윈하는 무역 구조였지만 지난해엔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은 재작년까지 우리의 무역 흑자국 1~3위에서 빠지지 않았지만 작년엔 이 순위가 22위까지 내려갔다. 코로나 봉쇄 탓으로만 돌리긴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이제 우리와 같은 수출 품목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인 정밀화학, 무선통신 부품 등 중간재 분야에서 지난 2년 연속 두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전체 수출의 절반이 중간재였다. 더 이상 우리 중간재를 받아 완성품을 수출하는 보완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의 만성 적자 품목인 자동차도 전기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액도 우리를 넘어섰다. 첨단소재, 컴퓨터·통신 등 하이테크 9개 분야 중 7개에서 중국의 흑자가 확대되거나 적자가 축소됐다. 수출 자급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는 소재 원료 등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을 줄이기 쉽지 않다. 이차전지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구체,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출 물량 가운데 57~76%가 한국으로 향한다. 반도체도 전체 수출의 40%가 중국으로 가지만,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저사양 시스템 반도체 등의 물량도 전체 수입액의 30%가량 된다. 중국이 저가·범용 제품이 아닌 고부가 가치 분야에서도 우리의 턱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진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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