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14개월만에 트리플 상승
지난 2월 생산, 소비, 투자 등 세 부문이 모두 전달보다 늘어나는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2021년 12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하지만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급감하는 등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31일 통계청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2월 전(全)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늘었다. 12월(0.1%)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평년보다 강우일이 적었던 영향으로 숙박·음식(8%), 운수·창고업(5.4%) 생산이 많이 늘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2월에 5.3%(전월 대비) 증가하며 비교적 큰 폭으로 뛰었다. 공장·기계 등의 설비 투자는 전월보다 0.2% 증가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달보다 0.4포인트 올라 작년 9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에서 반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반적인 지표는 개선됐지만, 불안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2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17.1%, 전년 동기보다 41.8% 급감했다. 전월이나 전년 대비 감소 폭이 모두 2008년 12월 이후 14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D램 가격은 작년 1분기 평균 3.4달러였지만, 지난 1월 절반 수준(1.8달러)으로 떨어진 상태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과 설비를 뜻하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월보다 0.2% 줄면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197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간 감소다. 수출 부진의 골이 깊고, 제조업이 노쇠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1월 경제활동이 설 연휴 때문에 부진했기 때문에 2월이 상대적으로 좋게 보이는 기저 효과도 작용했다”며 “반도체·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2월 트리플 증가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수출 부진으로 경기 흐름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번 달(3월) 수출 감소 폭이 2월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월의 반짝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려면 한국 수출의 20%(수출액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시장 전망은 엇갈리는 상태다.
31일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 하락 폭(전 분기 대비)이 1분기(10~15%)보다 2분기(5~10%)에 완만해질 것으로 봤다. 로이터통신은 “30일 반도체 업종의 대표 주가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작년 4월 6일 이후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여름 전후로 나타나면 반도체 시장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재고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12조2300억원)는 석 달 전 예상(29조2000억원)에서 반 토막 났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급락하면 대출이 막히는 등 금융 시스템 자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더 힘든 회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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