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男총장과 서울대 女총장, 누가 먼저 나올지 두고 보자고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3. 4.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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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성윤 기자의 공복]
입학식서 아이돌 노래·춤 공연
‘이대 BTS’ 남성교수중창단
'이대 엑소' 남성교수중창단이 지난 2월 입학식이 열렸던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보이 그룹 뺨치는 포즈를 취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규호·김동근·원영석·이상돈·고광석·김인한 교수.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다음은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는 무대입니다. 우리 대학 남성교수중창단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번 입학식. 사회를 맡은 이명휘 교무처장이 소개를 마치자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40~60대 9인조 ‘보이 그룹’이 신입생 3000여 명 앞에 등장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 이어 이문세가 2010년 발표하고 2021년 임영웅이 리메이크한 ‘사랑은 늘 도망가’를 부를 때까지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다.

무대는 세 번째 곡에서 돌변했다. 중창단 박신화 교수(성악과)가 마이크를 잡더니 매력적인 중저음 멘트부터 날렸다. “아 유 레디(준비 됐나요)? 이젠 즐겨주세요!” 피아노 반주가 통통 튀는 경쾌한 리듬으로 바뀌었다. 대강당을 채운 새내기들은 익숙한 멜로디에 “와아~!” 탄성을 질렀다. 가만, 이 노래는 지난해 가수 지코가 발표한 히트곡 ‘새삥(포장도 뜯지 않은 새 물건을 의미하는 말)’이 아닌가?

“나는 새삥, 모든 게 다 새삥, 너도 새삥, 이화여대 새삥, 새내기!” 이대 남성교수중창단은 이렇게 개사(改詞)한 ‘새삥’에 이어 걸그룹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를 “넌 이화로, 난 네게로, 이화로 러브 다이브”로 고쳐 불렀다. 춤도 모방했지만 박자를 놓치거나 방향이 틀리는 등 칼군무와는 거리가 먼 ‘물군무’에 가까웠다. 그래도 학생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뻘 교수들이, 젊은 세대의 노래와 춤을 흉내내며, 망가지거나 말거나, 계급장 떼고 다가오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했다. 어느새 다들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고 있었다.

이대 남성교수중창단은 ‘이대 엑소’ ‘이대 BTS’로 불린다. 2013년 입학식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2014년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의 ‘으르렁’, 2019년 BTS의 ‘아이돌’ 등을 메들리로 선보여 왔다. 코로나 이후 진행된 2020·2021·2022년 입학식에서도 랜선으로 축가 공연을 이어갔다. 학교 담장 너머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을 지난 9일 이대 대강당에서 만났다.

◇4년 만에 공연장서 대면한 신입생

-오프라인으로 학생들을 마주 보며 축가를 부르니 어땠나요.

황규호(교육학과·이하 황): “감동이 몇 배 더 컸어요. 비대면과는 비교가 안 되고요.”

이상돈(환경공학과·이하 이): “우리가 학생들의 치어업(cheer-up·격려)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서요(웃음).”

고광석(식품영양학과·이하 고): “우리가 노래를 못 해서 애들이 소리를 질러줘야 그나마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3년간은 조용한 데서 하려니 힘들더라고요(웃음).”

-코로나 기간에는 어떻게 했습니까.

원영석(한국음악과·이하 원): “2020년 입학식은 아예 취소됐고, 중창단 공연은 2020~22년엔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공연을 녹화해 온라인으로 송출하거나 생방송으로 내보냈지요.”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고: “솔로 파트를 하려고 앞으로 나갔는데 학생들이 우리를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런 신입생들이 있긴 했지만 올해처럼 100%는 아니었죠. 아이돌 그룹이 된 것처럼 떨렸습니다. 하하.”

이: “4년 전에는 우리가 나오면 우레 같은 함성과 갈채가 나왔어요. 이번엔 박수가 왜 안 나오지 했는데, 다들 스마트폰을 양손에 들고 찍느라(웃음).”

이대 신입생들이 남성교수중창단의 축가 공연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입석 관람’을 하는 학생들도 보았습니다.

김인한(정치외교학과·이하 인한): “올해는 1~2층이 신입생들로 꽉 차서, 학부모님들은 별도 장소로 모셔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대면으로 치른 입학식이었습니다. 우리 중창단이 망가진 덕분에 ‘입학식이 재미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흥행몰이를 한 건 아닐까요?”

-공연 동영상 조회수가 50만을 넘겼는데.

김동근(교목실·이하 동근): “댓글 중에 ‘중창단 멤버들이 큰아빠나 작은아빠들이네’가 있었어요. 그런 교수들이 격려해주려고 애쓰는구나 느끼는 것 같아요.”

고: “가장 많은 댓글 중 하나가 ‘교수님 귀여워요’예요. 우리가 모성을 자극하나 봅니다(웃음).”

-‘이대 엑소’ ‘이대 BTS’라 불린다면서요.

황: “ECC(이화캠퍼스 복합단지) 편의점에 가면 낯선 학생들이 자꾸 인사를 합니다.”

동근: “교양합창(교양강의) 수강 신청이 늘었어요. ‘입학식 때 솔로 하던 사람’이라면 ‘안다’며 호응도 해주고요.”

고: “우리 과(식품영양학) 신입생 MT에 좀 늦게 도착했더니 애들이 ‘와, 이대 엑소 왔다’며 환호하더군요. 전에 없던 반응이었습니다. 친구 딸도 올해 입학했는데 ‘공연 기대하고 왔다’고 하고요.”

-입학식 축가는 언제부터 불렀나요.

동근: “2005년부터요. 당시 중창단은 바람잡이 역할이었습니다. 짧게 나와서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면 ‘이화 브라스 앙상블’이 제대로 된 축하를 해주곤 했어요. 성가곡 중심으로 근엄하게 부르다 2013년부터 재미난 걸 했더니 호응이 폭발한 거예요.”

황: “이대학보에는 2005년과 2007년 입학식에서 축가를 불렀다는 기사가 나오고 2009년부터는 매년 했답니다.”

-2013년 입학식에서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이대스타일’로 히트를 쳤는데.

원: “그해가 고비였습니다. 중창단에서 노래가 으뜸인 김동근 교수님이 연구년으로 미국에 갔어요.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나 고민하던 중 누군가 말했어요. ‘몸으로 때우자’고. 하하. 말춤은 추기도 쉽고 다들 아니까 ‘이대스타일’로 바꿔 불렀지요.”

지난 2월 이대 입학식에서 남성교수중창단이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부르며 춤추는 모습. /박상훈 기자

◇아이돌 그룹처럼 노래·춤·랩 등 역할 분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동서양으로 전파되던 시기에 ‘이대스타일’은 폭발적 호응을 일으켰다. 점잖아 보이는 남자 교수들이 ‘지금부터 졸업까지 가볼까/ 오빤 이대스타일!’을 외치며 말춤을 추는 모습은 언론에 소개됐고 유튜브 동영상은 6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고무된 중창단은 이듬해 입학식에서 엑소의 ‘으르렁’을 ‘너무나 완벽한 내 새내기!/ 이화가 부드럽게 너를 안고!/ 결국엔 강한 자가 얻게 되는 이화!’로 또 고쳐 불렀다.

-여대에서 남성 교수로만 이뤄진 중창단을 어떻게 창단했나요.

동근: 중창단에 앞서 남녀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성가대’가 1992년 결성됐어요. 1996년 11월 채플(예배 수업)에서 공연을 하는데, 우연히 남자 교수들만 일찍 와서 ‘우리끼리 한 번 해볼까’라는 말이 나온 겁니다. 팝송·가요 등 다른 장르도 불러보고 싶어 중창단이 만들어졌고 초창기에 굉장히 열심히 모였어요. 매주 한 번씩 연습했고 채플 등 학교 행사의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해마다 3월 말 정보과학대학원 최고지도자 과정 ‘알프스’ 입학식에도 초청받았고요. 그때 벌이가 괜찮았습니다(웃음).”

-현재 중창단원은 몇 명인가요.

황: “9명인데 박신화(성악과)·이형준(컴퓨터공학과)·장윤재(기독교학과) 교수는 오늘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음악대학 박신화 학장, 원영석 부학장과 교목실에서 성악합창 가르치는 김동근 교수 등 3명만 음악 전공자이고 순수하게 노래를 즐기는 교수가 대부분이에요. 나이는 이형준 교수가 45세로 가장 젊고, 내가 65세로 가장 많아요. 정년 퇴임한 박승수 명예교수(컴퓨터공학과)가 올해 무대에 섰듯이, 필요하면 ‘올드보이’도 함께합니다. 교수 한 분이 입학식 날 ‘딸이 유치원 졸업식인데 자기가 빠지면 평생 욕 먹을 것 같다’고 해 박 명예교수께 SOS를 쳤지요.”

인한: “중창단이 끈끈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무대에 서주십니다.”

-멤버 선발 기준이 ‘노래 실력’ ‘인성’ ‘외모’라고 들었습니다만.

황: “예전에는 교수들이 어울릴 기회가 많았어요. 회의 끝나고 회식하고 같이 노래방 가거나 신입생 OT 교수 장기자랑 때 노래 실력을 확인하고 ‘스카우트’하곤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론 모임이 줄면서 ‘특채’가 늘었고요. 인성도 중요해 ‘평판 조회’도 합니다. 입학식 공연 4일 뒤 정년 퇴임한 채기준 교수가 지난해 ‘유퀴즈’에 출연해 인물도 본다고 했는데, 얼굴로 떨어지는 경우는 사실 없어요(웃음).”

-아이돌 그룹처럼 노래·춤·랩 등 각자 맡은 역할이 있나요.

인한: 김동근 교수는 ‘메인 보컬’입니다. 올해 부른 ‘사랑은 늘 도망가’에서 ‘김동근 교수님의 솔로 파트가 너무 좋아요’ ‘교수님 음색이 너무 따뜻해요’라는 댓글이 많았어요. 이상돈 교수는 춤을 맡습니다. 원영석 선생님은 ‘춤선이 예쁘다’는 평을 받고요.”

원: “고광석 선생님은 ‘비주얼’ 담당입니다. 약간 ‘볼륨’이 있는 몸이라 동작을 작게 해도 금방 눈에 띄거든요. 화면을 잘 받는 얼굴이라 귀엽게 나옵니다(웃음). 개사는 옛날부터 황 선생님 담당이었고요.”

황: “입학생에게 희망을 주고 축하하는 마음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수고’ ‘위로’ ‘새내기’ 등 노랫말을 바꿀 때 사용하는 단어는 사실 뻔해요. 에스파 ‘넥스트레벨’을 개사할 때는 SM(에스파 소속사) 세계관, 메타버스까지 공부했어요(웃음). 선곡과 편곡은 원 교수님 몫입니다.”

-선곡 기준이라면.

원: “전년도에 가장 히트한 곡들이 후보가 됩니다. K팝부터 트로트까지 장르는 가리지 않아요. 다 모인 자리에서 후보곡들을 틀면 선생님들 대부분이 곡을 몰라요(웃음). 같이 들으면서 ‘이건 우리가 할 수 있겠다’ 싶은 곡들을 고릅니다. 가사도 보지만 안무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에요. 작년에는 ‘헤이마마’도 후보곡이었는데 춤이 너무 어려워 포기했어요.”

-노래보다 춤이 어려울 듯합니다.

동근: “2014년 ‘으르렁’ 안무는 도저히 못 따라 할 것 같았어요. 바닥에 누워 몸을 뒤집고 돌리고 하는데 나이가 있어서(웃음). 젊은 신입 교수 3명에게 춤과 랩을 맡기고 나머지는 코러스를 한 적도 있습니다.”

고: “학생들 도움도 받아요. 올해는 공과대 댄스 동아리 ‘비바시티’ 소속 오연서·양서현 학생을 초빙했는데, 처음에는 안무를 잔뜩 짜가지고 왔다가 점점 줄였습니다.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쉽고 단순한 몇몇 포인트만 남더라고요.”

이대 남성교수중창단 소속 고광석·원영석·이상돈·황규호·김동근·김인한(오른쪽부터) 교수가 카메라 앞에서 아이돌처럼 걷고 있다. "여초(女超) 집단의 남성 교수지만 전혀 안 불편하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여초 집단의 남성 교수? 전혀 안 불편해

이화여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으로 대학·대학원 재학생은 총 1만9688명. 남성교수중창단은 극단적 여초(女超) 집단에서 소수자인 셈이다.

-이대 교수 남녀 성비는 어떻게 되나요.

고: “의과대학을 포함해 전체 교수가 1000명쯤 되는데, 여성이 51%로 조금 더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과에 따라 달라요. 우리 과(식품영양학)는 특성상 여자 교수가 많지만 공대는 대부분 남자 교수예요.”

-여자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인한: “이대는 다른 여대보다 여자 교수가 많은 편이에요.”

고: “국내 유일의 진짜 종합여대이기 때문입니다. 음대·미대·법대·공대·의대까지 없는 전공이 없어요. 덕분에 여성 인력이 올 자리가 많아요.”

인한: “미국에서도 대학원에 법과대학, 의과대학까지 두루 갖춘 여대는 드물어요.”

-140여 년 전 미국 선교사 메리 스크랜턴이 ‘이화학당’을 설립하고, 금혼(禁婚) 학칙까지 뒀었던 까닭은 여성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였지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대가 존재할 이유나 가치가 있을까요.

황: “남녀공학에서도 여학생이 더 많은 과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 이후 단계를 보면 여성 비율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을 보기 힘들잖아요. 한국에서 여성 관리자 비중은 16.3%로 OECD 회원국 중 끝에서 2위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요. 여성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이 사회 곳곳에 있으니, 여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많다고 봅니다. 김활란 전 총장은 ‘이화여대를 남녀공학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올 때마다 ‘국회의원 의석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는 날이 올 때까지 안 된다’며 거절했습니다.”

인한: “우리 학교 여성들은 더 자립적이에요. 행사가 있어 테이블을 옮겨야 하면 남녀공학에선 대개 남학생들이 일하지만, 우리 여학생들은 알아서 번쩍번쩍 들어 나릅니다. 교직원들도 그래요. 지난겨울 어떤 행사 전날 밤 눈이 내려서 길이 얼어붙자 여성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염화칼슘을 뿌렸어요.”

-이대에서 남성 총장이 나올 수도 있나요.

황: “2014년 15대 총장 후보 추천 규정을 새로 마련하면서 ‘여성에 한정’이라고 명시했던 총장 자격을 ‘여성에 한정하지 않음’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총장 선출 규정에 ‘여성이어야 한다’는 이상한 규정은 2010년 14대 총장 선거를 뽑을 때 잠시 만들었을 뿐이에요. 서울대나 연고대에서 여총장이 먼저 나올지, 이대에서 남총장이 먼저 나올지 두고 봅시다.”

원: “여자냐 남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총장감이냐 아니냐를 봐야죠.”

-강의실에서 만나는 Z세대 여성들은 어떤가요.

고: “조용하고 좀처럼 웃지도 않아요. 집단이 모인 장소에서는 자기를 나타내지 않고요. 하지만 어떤 방아쇠가 당겨지면 난리가 납니다. 열정과 재능이 폭발해요.”

이: “그 방아쇠가 뭔지, Z세대가 언제 드러내고 감추는지 그 리듬이나 룰을 우리가 모를 뿐입니다.”

-여대라서 불편한 점은 없나요.

원: “이제는 남자 화장실도 충분합니다. 음악대학 건물만 해도 6개 층 중에서 남자화장실이 지하·2·3층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층에 있어요. ‘왜 잘 쓰지도 않는 남자 화장실이 건물 중앙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느냐. 여자 화장실을 그 자리에 넣어달라’는 민원이 들어올 정도예요(웃음).”

이: “교회 권사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한다든가, 나 스스로 매우 여성친화적으로 됐다는 걸 느껴요. 오랜만에 만난 (남성) 친구들이 이상하게 봅니다.”

원: “여대에서 지내면서 언어도 순화된 것 같아요. ‘어머’ 같은 말을 즐겨 쓰고, ‘호호’ 웃고.”

황: “이대에 오래 있다 보니 여자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친구들이 부러워합니다.”

고: “누구는 ‘네가 이대 와서 바뀐 게 아니라 이대에 맞기 때문에 온 거다’라고 하더군요.”

원: “우리는 진정한 이화인이야!(웃음).”

‘교수는 근엄하다’는 편견을 깬 이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술 한 방울 들어가지 않고도 남자들끼리 대화가 이어지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들은 “입시 준비하느라 고생한 학생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축하해주고 싶다”며 “그들과 소통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면 무대에서 얼마든지 망가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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