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15] My life was black-and-white
“트레일러 후진도 못 하면서 어떻게 여태껏 살아 있어!?(How you could make it this far through life without knowing how to back up a trailer.)” 이 동네에서 까칠하기로 유명한 할아버지 오토는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주차도 제대로 못 하고 난처해하자 이웃을 나무라며 직접 나선다. 오토는 심술이 잔뜩 붙은 것 같은 얼굴에 하는 말마다 밉상이다. 그런데 막상 말과는 달리 따듯한 구석이 있다. 태도야 어쨌건 트레일러 주차를 도와주고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그의 거실 바닥엔 방금 자살을 시도하려다 실패한 밧줄이 놓여 있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오토(톰 행크스 분)는 얼마 전 먼저 떠난 아내 소냐를 따라가려고 신변 정리 중이다. 전기와 전화를 끊고 집을 정리하고 이젠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시도하려 할 때마다 앞집에 이사 온 한 가족 덕에 번번이 실패한다. 새로 이사 온 가족의 엄마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노 분)은 시종일관 밝은 성격이라 남들이 꺼리는 성격의 오토에게도 쉽게 다가선다. 심지어 남들은 꺼내지 못하는 질문도 미소를 지으며 불쑥 던진다. “원래 이렇게 쌀쌀맞으세요?(Are you always this unfriendly?)” 오토는 아주 냉랭한 얼굴로 답한다. “쌀쌀맞은 거 아니야.(I’m not unfriendly.)”
한동안 누구와도 다정한 대화를 나눈 적 없던 오토는 웬일인지 마리솔에게만은 마음을 조금씩 열고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소냐를 만나기 전에 내 삶은 흑백이었어. 소냐는 컬러였지.(My life was black-and-white before I met Sonya. She was the color.)” 다시 흑백이 되어 버린 오토의 삶은 컬러가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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