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벌레도 새도 사람도… 모두 나무에 빚지고 살아간대
나무를 자르기 전에
아리안나 파피니 지음·그림 | 김현주 옮김 | 봄나무 | 36쪽 | 1만4000원
꽃 피는 것을 보고 봄이 온 줄 알았다. 아침저녁 바람이 아직 차가울 때 매화 꽃망울이 먼저 고개를 내밀더니, 어느새 눈 닿는 곳마다 벚꽃이 활짝 피었다. 곧 여름이면 무성한 푸른 잎들 사이로 더운 햇빛이 반짝이고, 가을이면 단풍과 은행, 손바닥보다 크게 자란 플라타너스잎들이 거리를 덮고 바작바작 소리를 낼 것이다.
실은 모든 것이 나무였다. 일상의 감각으로 자연을 느낄 때 우리가 말하는 대부분은 나무이거나 나무가 피우고 낳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는 동남아와 남미 아마존의 열대우림 훼손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주변의 나무들에 눈을 돌리면 그 소중함은 오히려 더 피부에 와닿도록 전해진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을을 선물하는 존재가 무엇인지, 공원에서 숨바꼭질 할 때 어디에 숨는지, 새들은 어디에 둥지를 틀며 바람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나무 등걸에 숨은 작은 벌레와 새들, 어릴 적 보물이라도 찾은 듯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던 작은 열매들을 떠올려 보라고 말한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작은 지구별 위에 살아가는 생명은 누구든 무엇이든 나무에 빚지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텍스트는 시(詩)처럼 압축적이고, 그림은 한 장 한 장 독립적 미술 작품처럼 품격 있다. 숲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어떤 구호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작가는 2018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천천히 꼼꼼히 살피며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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