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읽을 책 없어 출판사 만들었어요”
서울 광진구에서발달장애가 있는 18살 아들을 키우는 조윤영(50)씨는 지난해 6월 자기가 대표인 독립출판사 ‘도서출판 날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8월 첫 책 ‘걱정이랑 친구할래?’를 출간했다. 이 책은 특별하다. 조씨가 지적장애 3급인 자기 아들이 실제 겪은 일상적인 걱정과 근심을 담았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본 조선시대 초상화처럼 아빠도 저렇게 늙어버리면 어떡하지?’ ‘음성이 나온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가 다시 양성이 나오면 어떡하지?’등이다. 자폐증과 지적장애를 합쳐 발달장애라 부르는데,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 일반인보다 평상시에도 더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그런 점을 이 책을 통해 해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원래 조씨는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하지만 장애인을 키우면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발달장애인용 도서는 숫자가 너무 적고, 내용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조씨의 아들 역시 18살이지만 인지능력이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은 된다. 충분히 책을 읽고 세상을 배울 수 있는데 적합한 책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그래서 아예 책을 직접 내기로 한 것이다. 책을 쓴 후 이를 출간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출판사까지도 만들었다.
그는 “기존에 장애를 다룬 책들이 장애인에 대한 배려나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공존같이 장애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던 게 아쉬웠다”면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자기 생각을 쌓고 말로 그걸 표현할 수 있도록 힘을 기르는 걸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조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가까이했다는 한 발달장애인의 사례를 들려줬다. 그는 산책하던 중 낙엽이 쌓인 걸 보고 “나뭇잎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조씨는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독서의 효과는 발달장애인이나 일반인에게 동일하다”면서 “이런 책을 통해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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