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스즈메의 응원
“지금은 캄캄하기만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아침이 와.”
엄마를 찾다 길을 잃고 우는 네 살짜리 스즈메 앞에 열여섯 살 소녀가 나타나 위로를 건넵니다.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라고. “언니는 누구야?” 묻는 스즈메에게 소녀는 말하지요.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야.”
일본 영화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소설 ‘스즈메의 문단속’(대원씨아이) 중 한 장면입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면서 감독이 영화 제작과 동시에 쓴 책도 이번 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위, 예스24 3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때 엄마를 잃은 여고생 스즈메가 지진을 부르는 악령이 튀어나오는 문을 잠그며 재난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스즈메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 격려하며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게 됩니다.
영화와 책을 보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산문집 ‘책으로 가는 문’(현암사)을 떠올렸습니다. 미야자키는 어릴 적 읽은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추억하며 “어린이 문학이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하고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절망 속에서 그래도 어린이들에겐 희망을 주기 위해 ‘소년문고’가 탄생했다는 점을 짚으면서요. 애니메이션은 본디 어린이를 위한 장르이지요.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미야자키의 말과 같은 맥락에 있을 겁니다.
무너져버린 듯 우는 ‘어린 나’와 마주하며 스즈메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 돼. 이대로는 안 돼. 울음을 그쳐야 해. (어린) 스즈메와 나는 달라. 나 역시 지금도 약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후로 12년을 더 살았다. 살아온 것이다.’ 어제를 견뎌냈고, 오늘을 버티며, 내일을 꿈꾸는 모든 분께 스즈메의 ‘응원’을 전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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