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골상학 캐비닛

18세기를 살았던 빈의 의사 프란츠 요제프 갈(1758~1828)과 그의 제자 요한 스푸르츠하임(1776~1832)은 골상학 분야의 선구자였다. 그들은 본능, 감정, 이성을 비롯한 인간의 정신능력과 이해도가 뇌의 특정한 부분에 연결되어 있고, 두개골의 크기와 모양을 통해 개인별 성향과 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에는 전혀 과학적 근거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골상학을 통해 정신의 객관화를 추구한 이들의 연구는 당대와 후대에게 큰 영향을 미쳐 인종차별을 비롯한 여러 차별의 근거로 쓰였다. 새뮤얼 모턴(1799~1851)은 두개골 용적에 따라 인종 구분이 가능하다고 여겼고, 여러 학자들이 골상학에 토대를 둔 안면각 이론, 두개골 비율 등을 활용해 인종 간 우열 관계를 증명하려고 했다. 그 결과 백인은 아름다운 이들이 되었고, 베두인족은 무지성에 살인 본능이 가득한 자로 낙인찍혔다. 이후 골상학은 범죄자를 판단하는 근거로까지 활용되면서 생래적 범죄인의 개념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1813년부터 스퍼즈하임과 골상학 강의를 시작한 조각가 윌리엄 발리(1796~1858)는 1832년 골상학자들을 위한 교육 도구로 사용 가능한 60개의 작은 골상학 표본 세트를 제작했다. 그는 골상학적 유형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판단한 실제 머리를 선택해 석고 주조물을 만들고, 이를 축소해 흉상 형태로 제작했다. 맨체스터 골상학회 회원이기도 했던 발리는 회원들과 함께 210개의 두개골을 확보하여 골상학을 살필 수 있는 흉상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 이 전시는 1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만큼 대중적 흥행을 이끌었다. 실체 없는 차별의 근거는 예나 지금이나 대중의 마음을 손쉽게 파고든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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