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위해 라이더 경쟁 조장… 배달 플랫폼의 민낯

이강은 2023. 4. 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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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차를 타고 오가는 도로가 누군가에겐 공장이나 일터가 되고, 그래서 산업재해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란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에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노동자인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배달 플랫폼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처럼 난폭운전을 할 줄도 모르는 초보 라이더가 배달업에 뛰어드는데도 배달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도로 위로 떠미는 행태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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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박정훈 지음/한겨레출판/1만7000원

평소 차를 타고 오가는 도로가 누군가에겐 공장이나 일터가 되고, 그래서 산업재해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란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도로를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책에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노동자인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배달 플랫폼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특히, 배달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생명까지 위태로운 교통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낱낱이 파헤친다. 문제의식도 예리하다.

책에 따르면, 손님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열심히 달려가던 귀여운 배달라이더 캐릭터가 갑자기 멈출 때가 있는데 바로 사고가 난 순간이다. 손님이 배달을 시키고 실시간으로 배달라이더를 확인했다면, 배달노동자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음식점이나 플랫폼에 항의 전화를 했을 수도 있다. 회사에서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은 휴대전화 화면 속 배달노동자는 영정으로 장례식장 단상에 놓인다. 이를 두고 저자는 “배달산업은 배달노동자의 생명을 먹으며 계속 성장했고, 도로는 전쟁터로 변했다”며 “전사자는 장례식장으로 옮겨지고 살아남은 자는 ‘딸배’(배달노동자를 비하하는 은어)가 된다. 죽음조차 존중받지 못해, 배달노동자의 이야기는 ‘감성팔이’라는 모욕을 당한다”고 자조한다.
박정훈 지음/한겨레출판/1만7000원
참고로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중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사업장 외 교통사고’가 77명으로 전년도보다 21명이나 늘었다. 특히, 사망자 77명 중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인 퀵서비스 기사(오토바이 배달노동자)가 39명으로 절반에 달했다.

저자는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인용하면서 난폭운전만이 배달노동자 사고의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2016∼2018년에 배달 일을 하던 청년 27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3명은 첫 출근 날, 3명은 이튿날, 6명은 보름 안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하면서다. 이처럼 난폭운전을 할 줄도 모르는 초보 라이더가 배달업에 뛰어드는데도 배달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도로 위로 떠미는 행태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저자의 절규도 와닿는다. “산업화가 낳은 인간 소외를 날카롭게 비판한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인간이 마치 기계 부품처럼 쉼 없이 돌아갔다면, 라이더들은 스마트폰 앱 속에서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한다. …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오늘날 노동자들은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 같다.”

저자는 난폭운전을 하는 라이더들이 아니라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교통법규를 지키는 라이더가 살아남는 배달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러지 않으면 난폭운전을 욕하는 시민들, 그런 라이더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기업을 욕하는 시민들과, 이런 소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하는 라이더들이 각자의 도로 위에서 일방통행 하며 달리는 일이 지겹도록 반복될 것이라고.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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