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비인간’… 이분법적 역사관에 반기 들다
100가지 동물로 본 공생·절멸
유럽정착민에 살육당한 버펄로
‘美상징 동물’ 선포는 아이러니
‘혐오’ 바퀴벌레·모기 지구 일원
인간의 오만·이기심 성찰 기회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사이먼 반즈/오수원 옮김/현대지성/3만3000원
인간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 중 하나는 ‘비인간적’이라는 표현이다. 바퀴벌레, 쥐, 뱀, 늑대 등에 비유해도 욕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인간과 동물을 우등-열등, 지배-피지배, 인간-비인간의 관계로 규정하고 동물을 하등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도 포유류이자 척추동물이며, 영장류에 속한다. 침팬지와는 DNA를 98% 이상 공유하는 유인원이다.
100개 챕터는 각각의 동물이 저마다 어떻게 인간과 만나서 위협하거나 위협당하고, 공존과 절멸의 위기에 이르렀는지, 얼마나 인간 생활과 문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있던 참새조차 ‘영국 보전우려목록’에 올라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도 올랐다.
인간은 무수한 동물이 절멸해가는 동안 진화에 성공해 더욱 번성하고, 절대 절멸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멸한 종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없어서 도태된 것이라는 오만함이 깔려 있다. 현재는 인간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인간도 같은 평가를 받을 텐데 말이다.
저자는 귀찮기만 한 파리를 비롯해 곤충은 지구를 구성하는 일원이므로 이들을 섬멸한다면 우리 또한 위험에 봉착할 것이라고도 경고한다. 일본의 하이쿠(단편시) 시인 잇사의 시를 인용하며. “죽이지 마라! 파리가 손으로 빈다! 발로도 빈다!”
인간도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진화했다. 1346∼1353년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75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을 일으킨 페스트균의 매개체는 동양쥐벼룩이다. 벼룩의 유충은 피부의 각질과 분변을 먹이로 삼으며 빽빽한 털 속에 숨어 산다. 인간이 털이 없는 쪽으로 진화한 것은 이 벼룩을 이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식지인 털가죽이 없어 벼룩이 인간을 반영구적인 숙주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과 공존해온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될 뿐 아니라 그들을 절멸 또는 멸종위기로 몰아넣은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레타 툰베리의 말을 되새겨보자. “우리에게는 아직 모든 것을 되돌릴 시간이 있습니다. …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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