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게 中 ‘삼위일체’ 체제 굳건히 작동”
1991년 소련체제 붕괴 반면교사… 당이 군 직접 통괄
대만·티베트·신장 위구르 등 이슈엔 내정·외교가 교착
韓·日, 중국 위협론 자제… 침착한 분석적 연구 필요
서로의 역사·문화 존중… 안보공동체 구축 검토해야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모리 가즈코/이용빈 옮김/한울/3만9000원
그러면서 정책 결정은 통상적으론 ‘문서정치’ 방식과, 비상시에는 당 대회 등을 비롯해 ‘전권 집중적 결정’ 방식으로 이뤄져 왔지만, 톈안먼사건 같은 위기 속에선 일부 권력 핵심들이 주도하는 ‘팔로정치’가 작동했다고 분석한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 질서에서 급부상하면서 현대 중국에 대한 연구와 분석도 급증한 가운데 일본의 중국 연구는 근현대사 역사와 경제, 정치 분야에서 세계 선두 수준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국가-군의 삼위일체 체제의 역사적 경험은 소련(1920∼1980년대)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체제는 순식간에 붕괴했다. 가장 큰 계기는 군을 당이 통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1991년 고르바초프의 개혁 노선에 반대하는 당의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군이 전혀 응답하지 않아서 보수파 쿠데타는 불발로 그치고 소련 체제는 순식간에 붕괴해갔다. 소련의 경험을 배우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당이 군을 직접 통괄하는 것에 부심하고 있다. 1997년 3월 채택된 ‘국방법’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당의 군대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당의 지도하에 있음을 재확인하고 있다. 당·군 관계의 악화나 군의 ‘국가화’는, 소련의 경험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1930년대 중국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군의 군벌화’라는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책 결정 방식이 평상시 문서정치 이외에 긴급 시엔 집단 결정과 팔로정치 두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향후 위기 시에는 어느 방식이 재현될 수 있을까.
“1989년 5, 6월 톈안먼 광장에서 학생들이 모여서 권력에 이의 제기를 했을 때, 중국 권력은 존망의 위기라는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팔로정치에 의존해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덩샤오핑이 신뢰할 수 있는 동료와 혁명 제1세대 리더들이 건재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 중앙 지도부에는 그가 신뢰할 수 있는 리더나 혁명 1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팔로정치와 같은 방식으로 위기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중국에 대해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이나 대응 방향은.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이 대국화해 ‘패권주의적으로 됐다’고 하는 상황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고금동서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상대를 위협으로 간주했을 때부터 상대는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위협론을 자제하고 침착한 분석적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이웃’에 대해서는 한국도 일본도 중국에 관해 주로 세 가지 점에 유의해 대처하는 게 좋다. 첫째는 동아시아에 한국과 일본, 중국의 안보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삼국 파워의 완만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둘째, 삼국 관계도, 한·일 관계도, 한·중 관계도, 일·중 관계도 유감스럽지만 매우 불안정하다. 양국 간, 삼국 간 네트워크를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사태로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화함으로써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삼국 관계는 형제 관계인지, 친구 관계인지, 경쟁 상대인지를 규정하기 상당히 어려운 관계이다. 다만, 필수불가결한 게 하나 있다. 서로의 역사·문화·현재에 경의를 가지는 것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1940년 도쿄에서 태어난 모리 교수는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1965∼1987), 시즈오카대학과 요코하마시립대학 교수 등을 거쳐서 1999년부터 와세다대에서 현대 중국에 대해 연구·강의해왔다. 2010년 퇴직한 뒤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는 ‘중국과 소련’, ‘현대중국정치’, ‘현대중국정치를 읽다’, ‘중국 외교 150년사’, ‘현대중국외교’ 등 많은 책을 펴냈다. 마이니치신문사의 아시아태평양상,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기념상,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상, 후쿠오카아시아문화상 학술연구상, 국제중국학연구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일본현대중국학회 이사장과 새로운일중관계를생각하는연구자회 대표 간사 등을 역임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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