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97] 걱정을 줄이는 법
걱정이 많을 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왜 휴식하는 느낌이 들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며 자신의 불안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 때문이다. “저 사람도 힘들구나. 나만 헤매는 건 아니구나”라고 자신의 불안을 주인공에게 투사해 ‘짓눌린’ 감정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유 없이 불안할 때 ‘나’가 아니라 ‘백영옥씨’나 ‘그녀’라는 주어를 사용해 일기를 쓴다. “백영옥씨는 맹렬히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무엇이 그녀를 불안하게 했을까?”로 시작하는 글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걱정에 휩싸여 흙탕물이 된 상황에 높이와 넓이를 부여한다. 시간이 지나면 흙탕물은 가라앉는다. 문제는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다. 그 시간을 잘 견디면 ‘성공’은 아니더라도 ‘성장’은 할 수 있다. 의도적인 시점 전환은 걱정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데일 카네기의 책 ‘자기 관리론’은 ‘존스 홉킨스 의대’를 설립한 윌리엄 오슬러 경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의사 자격시험도 제대로 치를 수 없어 두려워하던 이 평범한 청년의 미래를 바꾼 건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보려 하지 말고, 눈앞에 분명히 놓여 있는 것을 행해야 한다”는 토머스 칼라일의 문장을 새기면서였다. 그는 주기도문이 어제 먹어서 딱딱해진 빵이나, 밀 농사를 망쳐 먹지 못할 빵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말로 전달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빵이 오늘의 빵이란 의미다.
걱정과 생각은 다르다. 생각은 인과관계를 따져 내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다. 하지만 ‘윌 로저스’의 말처럼 걱정은 흔들의자 같아서 계속 움직이지만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 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아직 내일은 시작되지 않았고, 오늘은 끝난 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높은 관세는 나쁘다, 오락가락 관세는 더 나쁘다”
- 서울 지하철 첫차·막차 시각 조정에 노조 반발…“재검토하라”
- North Korea fires cruise missiles after warship launch failure
- “많이 할수록 증상 심각해져”… 우리 아이 우울증 부르는 ‘이것’
- “자유 무역이 뭐가 좋으냐고? 한국이 바로 그 증거”
- 반경 수백m 초토화 ‘강철비’ 실사격… 軍 “적 도발 완벽 대응”
- ‘시흥 흉기 난동’ 차철남, 신상 공개 결정... 사진·이름 등 30일간 게시
- [속보] 이준석 “단일화 없다... 끝까지 내 이름으로 승리할 것”
- 반도체 공급망 ‘그들만의 리그’...독점으로 시작해 독점으로 끝나
- “납북됐단 이유로 고문받고 옥살이”… ‘협동호’ 납북 어부, 반세기 만에 누명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