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김명수’가 ‘김명수2′를 추천한다고?

최재혁 사회부장 2023. 4.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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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2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시작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3~4월 퇴임을 앞둔 이선애·이석태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하기 위해 6명 이상의 후보를 정한다. 2023.2.28/뉴스1

민주당에서 대법원장이 대법원장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자를 추천하게 하는 법안을 냈다는 기사를 접하니 웃음이 나왔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9월 끝난다. ‘이재명 민주당’이 조용히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리지 않았다. 이분들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헌법에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104조 1항)라고 돼 있다. 민주당 법안은 그 절차에 ‘대법원장후보추천위를 통한 추천’을 끼워 넣자는 것이다. 대법원장후보추천위 위원 11명은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했다. 또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3명 이상의 대법원장 후보자를 추천하는데, 대통령은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권고 조항이 아니다.

위원회 구성이 대법원장에 달린 점을 감안할 때, 이 법이 9월 이전에 처리되면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자기 후임을 추천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어이없어하는 법조인들이 꽤 있다. 사석에서 “헌법상의 대통령 인사권을 뺏겠다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판사도 있었다.

이 법안 발의에는 원내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44명이 참여했다. 판사 출신 의원이 대표 발의자였는데 그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광풍(狂風)을 주도했던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도 지냈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중에서도 정치색이 강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해 ‘양승태 대법원’을 적폐로 몰았다. 2017년 9월에 들어섰던 ‘김명수 대법원’은 이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았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 출신이자 인권법의 창립 멤버였고, 인권법의 1·2대 회장을 지냈다.

견제를 받지 않게 된 ‘김명수 체제’에서 우리법·인권법 판사들은 법원행정처 등의 요직을 꿰찼다. 관례를 깬 법관 인사(人事)는 유독 문재인 정권 인사가 기소된 재판만 질질 끄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우리법·인권법 판사 중 몇 명은 여의도로 진출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이 이번에 ‘대통령의 대법원장 인사권 무력화’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다.

만약 ‘윤석열 검찰총장’만 고분고분했다면 문재인 정권의 우군(友軍)들이 대법원과 검찰, 헌법재판소를 좌지우지하는 완벽한 구조를 완성했을 것이다. 지금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구성만 봐도 14명 가운데 6명이 우리법 또는 인권법 출신이고 1명은 민변 회장을 지냈다.

헌재 역시 마찬가지다. 문 전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이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을 번갈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헌재 구성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을 그들로 채운 덕분에 민주당의 ‘입법 독주’로 빚어진 위헌·위법 행위는 ‘헌재 판결’이란 이름의 면죄부를 받았다.

얼마 전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은 헌법재판관 2명이 교체돼 ‘진보 5명 대(對) 중도·보수 4명’의 구조가 깨지기 직전에 판결이 선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자, 민주당이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법을 처리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그 법을 공표한 코미디 같은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대통령 인사권 무력화’ 법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위헌’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검수완박법’처럼 국회를 통과시키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끝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이러나.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개편하는 길을 열어 놓은 방송법 개정안,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은 노란봉투법, 정부의 쌀 수매를 법제화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같은 법안들을 쌓아놓고 의석수로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있다. “누가 보면 민주당이 집권한 줄 알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대법원장후보추천위를 만들겠다는 발상에는 윤석열 정부에 협조 않겠다는 차원을 넘어 ‘무시’하는 정서가 깔렸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 헌재에 대해 “법리(法理)가 아니라 이념에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이 요즘처럼 비등한 시기는 없었다. 법조계와 무관한 사람들도 ‘우리법’과 ‘인권법’이 갖는 함의를 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대법관 14명 중 13명,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교체된다. 그 변곡점은 5개월 뒤 있을 후임 대법원장 인사다. 민주당의 무리한 법안 발의는 그 인사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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