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음극재·양극재 광물 포함…배터리 3사 큰 고비는 넘겼다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입력 2023. 3. 31. 23:27 수정 2023. 3. 3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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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인플레감축법 세부 규정 공개
中등 우려국가 언급 빠졌지만
"불확실성 걷혔다" 한숨 돌려
LG엔솔·SK온·삼성SDI
배터리광물 美역내 조달 비중
2027년 80%까지 높여야

미국 재무부가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등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부 규정을 발표한 가운데 31일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 재무부 발표 내용이 예상보다도 적은 내용만 밝혔다며 향후 움직임을 관찰하는 모양새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핵심광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에 준하는 구성소재(constituent materials)로 인정됨에 따라 현재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방식을 유지해도 미국에서 완성차 판매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배터리와 관련 업계에서 예상하던 우려국가 관련 언급이나, 광물 조달 관련 언급이 빠져 있어 핵심적인 내용과 관련해 추가적인 미국 측 움직임을 살펴봐야 할 전망이다. 큰 틀에서 기존과 동일한 세액공제 요건이 제안된다면,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2025년까지 최대 15조원의 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완성차 업계와 광물 업계도 향후 미국 측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IRA는 전기차 구매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978만원)의 보조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날 발표와 관련해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던 요소는 양극재와 음극재의 광물 인정 여부였다.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니켈·코발트 등 1차 광물이 사용된다.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광물을 가공해 전구체를 만들고 이 전구체를 재가공해 양극재로 만든다. 현재 1차 광물인 리튬·니켈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8대 광물 중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황산망간·황산코발트(77.6%), 산화리튬·수산화리튬(81.2%), 황산니켈(59%) 등 품목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발표에서 중국 등 적대 국가에서 채굴된 광물을 원료로 사용하더라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는 광물로 인정하고, 이를 가공해 만드는 양극판과 음극판부터 부품으로 취급하겠다는 세부 내용을 포함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아르헨티나,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 광물~전구체를 수입해 국내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세부 규정에 따르면 현행 생산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부가가치를 더한 것으로 인정받는 만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예상한 것보다 발표 내용이 제한적이지만 배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졌던 양극재와 음극재의 광물 인정이 명시적으로 담긴 만큼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다만 광물 요건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보니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으로도 원자재 확보지를 넓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들 국가의 광물에 대해서도 보조금이 적용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날 미 재무부 발표에는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 관련 언급이 제외됐다. 당초 이날 발표에 미 재무부는 중국 등 국가를 우려국가로 지정하고, 이 국가에서 생산한 광물이나 부품은 공급망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완성차 기업인 테슬라와 포드가 CATL과 협업을 타진하고 있어 아직은 관련 언급이 들어가지 않은 분위기"라며 "만약 CATL이 공급망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면 북미에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의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생산세액공제(AMPC) 조건이 거론되지 않은 만큼, 북미 지역에서 막대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IRA는 광물과 부품 요건을 충족하면 배터리셀 1킬로와트시(kwh) 생산당 35달러, 모듈까지 생산하면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지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보조금 약 10조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온은 2023~2025년에 4조원가량, 삼성SDI도 1조원가량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는 IRA를 겨냥해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이면 합작사를 포함해 북미에 277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SK온은 151GWh, 삼성SDI는 23GWh를 각각 확보한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 1GWh는 고성능 전기차 약 1만2500대를 생산할 수 있다. 2025년 배터리 3사 생산능력은 451GWh에 달해 전기차 약 564만대에 탑재될 역량을 갖추게 된다.

[송민근 기자 / 정유정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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