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고등어와 소고기, 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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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는 억울했다.
7년 전 고등어는 주방이 아니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주방에서 쓰이는 요리 재료별 오염물질 발생량을 조사했더니 고등어 구이를 할 때 미세먼지(PM2.5) 농도가 가장 높았다는 내용이었다.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냐"는 비아냥이 연일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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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의 튀김이나 볶음, 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 분진인 ‘조리흄(cooking humes)’이 사회 문제화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조리흄은 입자 지름이 100㎚(나노미터)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정도다. 최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폐암 확진을 받은 학교 급식 종사자는 60명에 이른다. 이들의 폐암 유병률은 10만명당 135.1명으로, 국가 암 등록 통계상 유사 연령의 5년 유병률(122.3명)보다 10.5% 높다. 고등어가 단독범은 아닐지라도 조리 시 미세 분진 위험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일본산 멍게는 사줄 수 있어도 대한민국 농민이 생산한 쌀은 사줄 수 없다는 것인가.” 일본산 멍게가 이웃나라 정치권으로 소환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퍼주기 굴종 외교’라고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엊그제 규탄대회를 열고 국회의원 삭발식까지 단행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실 공식 부인에도 연일 거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 없이 감정을 앞세워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오염수 방류의 영향이나 멍게 등 수산물 실태에 대한 조사 요구가 이성적이다. 이명박정부 초기 광우병 사태에서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릴 수 있다는 선동으로 국민 감정을 자극한 이들은 지금 미국산 소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지 묻고 싶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해 미국산 소고기를 소환했듯 일본산 멍게가 애꿎게 반일의 불쏘시개로 쓰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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