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팬심에 꼬리 내린 축구협…승부조작범 등 기습 사면 철회

윤은용 기자 2023. 3. 3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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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결정 사흘 만에 입장 번복
정몽규 “사려 깊지 못했다” 사과

승부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해 거센 비난을 받았던 대한축구협회가 결국 사면을 전면 철회했다.

협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앞선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 건을 전면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의 A매치를 불과 한 시간여 앞두고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의 사면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면 명단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50명 중 협회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2명을 제외한 48명이 포함됐다. 협회는 이에 대해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라고 사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너무 컸다.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경사를 승부조작 사건 인사들을 사면하는 데 사용한다며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A매치를 앞두고 사면을 발표한 점을 두고는 ‘꼼수’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K리그 각 팀 서포터스의 반대 성명 등 팬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협회에 맹공을 가한 데다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조차 이 결정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자 코너에 몰린 협회는 29일 밤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래도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결국 협회는 사흘 만에 다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재심의에 나섰고, 결정을 철회하는 데 이르렀다.

협회 수뇌부에 대한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사회 직후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이번 결정 과정에서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 나와 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사려 깊지 못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인들과 팬들이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점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다만 축구계를 뒤흔든 이번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진다는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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