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장애인? 싸울 수밖에 없는 세상[토요일의 문장]

이영경 기자 2023. 3. 3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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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몸으로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데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러자면 내 몸이 아니라 세상을 내 몸에 맞게 바꿔야 했다. … 나는 천사가 아니라 전사가 되었다. … 천사가 아닌 전사로 살아온 내가 생을 마감할 즈음엔 세상이 많이 달라져 있으리라 믿는다.”

-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이규식·김소영·김형진·배경내 지음, 후마니타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나의 이동권’에 대해 쓴 책이다. 정확히는 그가 왼손만 간신히 움직여 자판을 두드려 쓴 글, 온 힘을 짜내 내뱉은 말들을 모아 동료들이 함께 만든 책이다. ‘사회적 말하기’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그가 동료들과 힘을 합쳐 자신의 삶을 정리해냈다. 오랜 시간 시설에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지내던 그는 우연히 노들야학과 박경석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세상으로 나아가 그야말로 몸을 부딪혀가며 길을 냈다. ‘싸우는 장애인’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삶을 누리고 사랑할 줄 안다. 수영도 하고 다이빙도 한다. 그의 싸움은 모두가 느끼는 감각을 그도 함께 느끼기 위한 것이다. 그가 말하고 동료들이 받아적고, 동료들과 함께 수정한 이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이규식이 앞당기고 싶었던 미래”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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