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1위 플랫폼 산업…혁신 찬사 뒤의 ‘그늘’[책과 삶]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사
300쪽 | 1만7000원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의미심장한 통계 하나가 나왔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것으로, 산업재해 신청 수가 많은 기업을 줄세운 결과였다. 1위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속한 우아한청년들, 2위는 쿠팡이었다. 7위에 쿠팡물류센터, 9위에 또 다른 배달 앱 쿠팡이츠가 이름을 올렸다. ‘산재’ 하면 흔히 중공업 공장 기계에 끼이거나 깔린 노동자를 떠올리지만, 이제 가장 많은 산재가 발생하는 곳은 이른바 ‘혁신산업’의 현장이다.
2023년 현재 배달 앱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어렵다. 그러나 이 혁신산업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비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는 ‘난폭 운전’ ‘딸배(배달노동자를 비하하는 말)’라는 단어가 가리는 플랫폼 노동의 실태와 플랫폼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위원장이자 7년차 배달라이더인 박정훈이 생생하게 전하는 현장은 일터라기보다 총성 대신 ‘띠링 띠링’ 알람 소리가 울리는 전쟁터에 가깝다.
책은 플랫폼 노동과 배달 노동을 이륜차 위 라이더의 눈으로 보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나면 그간 자동차가 오가는 통로로 보였던 도로가 ‘배달노동자들이 끊임없는 생산활동을 하는 일터’로 보인다. 이들이 달리는 동선을 이으면 “도시 전체를 돌리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가 드러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라이더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왜 전체 시민을 위한 일인지도 설득력 있게 다룬다. 배달노동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산재를 신청하는 방법 등 실용적 조언도 부록으로 담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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