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악몽에 여당서 “스톱”…한전·가스공사 ‘적자’ 방치

박상영 기자 2023. 3. 31. 2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산업부가 낸 2분기 전기요금 ‘4가지 인상안’ 모두 거부
냉방 증가 3분기 인상 더 험난…당정이 요금 조정 ‘옥상옥’ 우려도
한전, 적자 메우려 회사채 발행…연말엔 ‘100조 돌파’ 전망 나와
일단 보류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가운데)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올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잠정 보류됐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와 여당이 표를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에 미온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전력(한전)과 한국가스공사 적자 폭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31일 정부·여당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료비 상승을 반영한 총 4가지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지난 정부 책임론까지 다시 들먹이며 ‘수용 불가’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와 한전은 2분기에도 1분기와 마찬가지로 kWh당 13.1원 올라야 연내 적정 인상액(kWh당 51.6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다만 산업부는 이날 당정협의회의에서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한 자릿수 요금 인상안을 포함해 총 4가지 방안을 건넸지만 최종 결렬됐다.

여당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 가격이 내려간 점을 고려해 요금 인상 폭을 좀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LNG 가격은 이달(3월) 평균 t당 1099.6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9월(1470.4달러)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소비자에 대한 전력판매단가는 kWh당 147.0원으로, 여전히 발전 자회사에서 사오는 구입단가(164.2원)를 밑돌아 적자가 쌓이고 있다.

‘제2의 난방비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여권의 위기감도 전기·가스요금 인상 잠정 보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NG 가격이 치솟은 데다 이른 한파로 평소보다 난방비가 1.5배 넘게 오르자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컸다.

이날 전기·가스요금 발표가 미뤄지면서 향후 요금 인상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여당에서 “전문가와 국민 여론을 조금 더 수렴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한 만큼 복수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이전까지는 부처 간 협의로 결정됐던 전기·가스요금 결정 과정이 정치적 이해가 더 반영될 당정 협의로 넘어가면서 요금 인상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조정안을 작성한 후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한다. 이 과정에서 물가안정법에 따라 산업부가 미리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친다. 그러나 당에서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 폭에 개입하면서 ‘옥상옥’ 구조가 됐다.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잠정 보류되면서 한전과 한국가스공사 경영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올해에도 적자 폭이 1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분기 요금 인상이 물 건너가면 적자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지난 24일 누적 기준, 회사채는 74조5798억원에 달한다. 연말에는 한전의 누적 회사채가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한전의 하루 이자 부담만 38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 사용량이 가장 적은 2분기(4~6월)에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냉방 수요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3분기(7~9월)에는 더 요금을 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