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에…전기·가스료 인상 ‘급제동’
윤 대통령 ‘당정협의 강화’ 주문 후
여당 “시기·폭 추가로 논의” 제동
동결 질문에는 “단정적 말 못해”
국민의힘과 정부가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정은 31일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누적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했다. 그래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정책위의장은 “다만 인상 시기(속도)와 인상 폭은 산업통상자원부 측에서 여러 복수안을 제시했다. 그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그러면서 “요금 인상의 경우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 수렴을 좀 더 해서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4~6월)에는 요금이 동결되느냐는 질문에는 “단정적으로 말할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취약계층 요금 지원대책 보완을 산업부에 요청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해 여러 논의를 했고, 당과 정부에서 최적 안이 선택되면 그 무렵 시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렸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광풍이 남긴 청구서로 에너지 대계와 국민 후생복지 사이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값싼 원전을 가동 안 하다보니 에너지 수입이 증가했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 문제가 겹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난방비 쇼크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불가피성을 강조하던 정부가 인상을 보류한 것은 시민 반발을 우려한 여당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김기현 대표는 “에너지 가격 인상은 국민에게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한전이 자구책을 강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협의 강화를 주문한 후 민심을 전달하는 여당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내각에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표도 취임 후 당의 정책 주도권 강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주 최장 69시간 노동제 등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 친윤석열계 의원은 요금 인상 보류 결정과 관련해 “이러려고 당정협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요금 인상 시기와 폭을 국민들이 납득하고 설득될 수 있는 시점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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