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채팅의 그녀 "케이크 시켰는데 마라탕이 나왔네"

홍수민 객원기자 2023. 3. 3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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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연애 시뮬레이션 대신 학원 막장 드라마 드립니다
- 테일즈샵 연애 시뮬레이션 '랜덤 채팅의 그녀'

인터넷 세상에서 이성을 만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당장 게임에서 만나 사귀고 결혼하는 커플만 한 트럭이 아닌가. 온라인 만남은 계기일 뿐,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결국 현실의 영역이다.

랜덤 채팅이나 만남 어플을 통해 실제로 사귀는 케이스도 주변에서 종종 목격하곤 한다. 비록 해피 엔딩을 맞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결국 쓰는 사람이 문제지 만남의 계기에는 죄가 없다.

테일즈샵 '랜덤 채팅의 그녀'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눈길이 갔다. 쓰레기가 발에 채이는 현실과 달리 랜덤 채팅으로 만난 동갑내기 친구와 풋풋한 스쿨 로맨스라니. 현실에선 정말 이뤄지기 어려운 판타지라 도리어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다.

 

장르: 연애 시뮬레이션



출시일: 3월 28일



개발사: 테일즈샵



플랫폼: PC



■ 랜덤 채팅의 인연이 현실로

-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해 에피소드 시작점까지 움직여야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

일진 이태양에게 시달리는 최준우에게 학교 생활은 악몽이나 다름없다. 랜덤 채팅은 그러한 준우의 유일한 현실 도피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같은 반 동급생 윤성아와 랜덤 채팅으로 엮인다. 준우는 정체를 숨긴 채 윤성아와 채팅으로 대화하는 사이가 된다. 

과거 같은 중학교 친구였던 이유리, 전교 1등 겜순이 박하민, 랜덤 채팅에서 만난 서리라 등 유종화 외엔 친구가 없었던 준우의 현실 생활도 대격변을 맞이한다. 과연 친구 없는 한심한 찐따 최준우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을까?

- 아르바이트 시스템

게임은 성아, 하민, 유리, 리라 4명의 히로인과 접점을 만드는 공통 루트와 공통 루트 분기에서 진입하는 개별 히로인 루트로 나뉜다. 게임 진행은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는 장소나 인물 근처로 직접 다가가 개방하는 방식이다. 

에피소드 개방을 위해 히로인의 호감도나 일정 금액의 용돈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한다. 호감도는 샵톡에서의 대화나 인별 좋아요, 선물로 상승한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을 벌어 선물을 구매하거나 데이트에 사용할 수 있다.

 

■ 일진 학원물에 망상장애 주인공 곁들인 드라마

- 요즘_학원_미연시_대사.jpg

원작에 대한 제반 지식 없이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땐 소심한 주인공이 랜덤 채팅을 통해 사람과 만나고, 랜덤 채팅을 계기로 삼아 스마트폰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이 게임은 풋풋한 학원물보단 일진 사이코 드라마에 가깝다. 이태양은 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듯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서리라는 아예 가출 패밀리와 엮여 있다. 공통 루트의 대부분은 이태양, 과거 이태양 패밀리였던 양아치들, 윤성아의 스토커 등 최준우가 얻어 터지는 모습으로 점철됐다.

- 성아 루트에서 팩트 폭격을 담당하는 대현

뭐,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 무엇보다 몰입을 해치는 것은 주인공 최준우다. 병적인 수준의 피해 망상과 더불어 정상인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급발진하길 반복한다. 

찌질하다고 평가받는 러브 인 로그인의 박성현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자기비하와 연민으로 범벅된 주인공에게는 히로인과의 연애보다 정신과 상담이 시급해 보인다.

욕설과 초성체를 남발하는 스크립트도 마찬가지다. 성우의 열연이 가까스로 살리긴 했지만, 몰입이 중요한 장르에서 ㅎㅎ, ㅋㅋ를 읽고 있자니 현자타임이 왔다. 심지어 "다시 할게요"하는 NG 컷을 편집하지 않거나 음성 파일이 잘못 출력되는 등 자잘한 오류도 많았다.

- 이런 알콩달콩한 데이트와 관계 진전을 원했지만...

본격적인 연애가 진행되는 개별 히로인 루트 분량도 아쉽다. 알콩달콩 진전되는 두 사람의 사이를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히로인과 엮인 사건을 해결하는 일을 해결하느라 사방팔방 뛰어다니기 바쁘다.

무능력한 주인공은 대부분의 문제 해결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한다. 도라에몽을 외치는 진구마냥 대현에몽, 유리에몽, 태양에몽 등을 외친다. 주체적으로 상황을 타파하기는커녕 상황에 휩쓸리며 히로인에게 기프티콘 몇 개 선물하면 어느새 엔딩이다.

알고 보니 앞에서 열거한 이 모든 불만들이 '원작 고증'이라고 한다. 보통 원작이 존재하는 게임은 원작 구현이 아쉽다는 부분에서 비판을 받기 마련이나, 이 게임은 원작 고증이 너무 잘 되어 있는 것이 불만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출시 전 테일즈샵이 '원작과는 다른 시나리오'를 내걸었던 만큼 이를 기대했던 유저들은 더욱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 고퀄리티 일러스트와 성우가 열연하는 막장의 맛

- 일러스트 하나는 정말 기깔나게 잘 뽑혔다

단점만 열거했지만 이 게임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일러스트 퀄리티가 굉장히 준수하다. 스탠딩은 물론 이벤트 CG를 볼 때마다 눈 앞이 환하게 밝아지는 듯했다. 풀 보이스로 즐기는 성우의 연기 또한 아쉬운 스크립트를 나름대로 보완했다.

샵톡 대화나 인별도 게임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소한 재미 요소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선물 기능이나 아르바이트 기능이 추가적인 이벤트 발생 없이 단지 돈을 벌고 호감도를 올리는 기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쉽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연애 시뮬레이션 보다는 막장 드라마나 웹툰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애초에 주인공에게 선택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주인공의 사고나 행동 또한 보편적인 감성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게 흠이지만 맞는 말만 하는 사이다 이태양 선생

물론 미연시를 기대한 유저라면 실망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충 사이코 군상극 비주얼 노벨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김치 싸대기를 날리는 아침 드라마가 왜 인기겠는가. 매콤한 설정과 극단적인 전개도 남의 일이면 불구경 하듯 즐겁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충동 조절 장애가 있는 듯한 이태양도 답답한 상황을 주먹으로 부수는 호쾌한 맛이 있고, 팩트 폭력을 날리는 조연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원작 안 본 뇌를 가지고 있다면 동종업계 타 게임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한 번쯤은 해 볼만 하다.

개발사 테일즈샵은 출시 다음날 웹툰 주인공인 최준우를 배제하고 새로운 주인공 중심으로 스토리를 개편한다고 공지했다. 신규 시나리오는 히로인 별로 순차적으로 제작해 무료로 업데이트된다. 원작을 Ctrl+C, Ctrl+V한 점에 실망한 유저라면 신규 시나리오 업데이트를 기다려봐도 좋을 것이다.

장점

1. 고퀄리티 일러스트와 성우 연기



2.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인 맛



3. 샵톡과 인별로 몰입감 UP



단점

1.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사고 방식



2.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하는 욕설과 초성체



3.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실종된 연애



pressto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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