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다정한가 싶었더니…다 이유가 있었구나 [Books]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3. 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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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알레 펴냄
[사진 = pixabay]
인간의 이중인격적 성향은 오랜 세월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성선설, 성악설까지 가지 않아도 이타성, 이기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긴 역사를 지나왔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몸을 던져 피해자를 구해내는 위인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그 장면을 못 본 체하며 지나친다. 이처럼 동전의 양면 같은 면을 가진 인간의 다정함은 타고난 것일까, 길러진 것일까.

책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는 심리학자 스테퍼니 프레스턴이 인간과 동물의 공감 능력에 대한 뇌과학적 비밀을 풀어낸 저서다.

저자는 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타주의에 관한 고정관념을 깼다. 공감과 다정함을 깊게 파헤치다 보면 인간의 이타성 기반에 존재하는 일정한 규칙을 찾아 나간다. 인간을 제외한 설치류, 영장류 등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이타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을 거친다.

책은 어느 한 생리심리학자가 주도한 어미 쥐 실험을 독자와 공유한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미 쥐는 어린 새끼 쥐에게 접근하기 위해 복잡한 미로, 전기 충격과 같은 시련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의 ‘새끼 회수 본능’은 먹이나 짝짓기를 위한 본능조차 이겨버린다.

“(이런 욕구는) 새끼회수 반응과 돌봄 반응이 낯선 어른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를 가리켜 ‘이타주의’라고 한다. (중략) 무력한 아이를 회수하려는 본능은 우리가 특정 상황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자극을 찾는 방식으로 우리의 유전자와 뇌 그리고 몸속에 내재하고 있다”

종국에 저자는 새끼를 회수하는 어미 쥐와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인간의 행동을 비교하고 다정함이란 “결코 뇌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며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비인간 동물과 공유하는 본능이자 유산”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무한경쟁과 승자 독식이 휩쓸어버린 살벌한 현대사회에서 이 같은 연구는 일말의 따스함을 건넨다.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세계가 온통 약육강식과 경쟁의 비즈니스 정글로 변해버리자 협력과 이타주의에 대한 주목이 반동적으로 나타났다”며 “뇌를 들여다본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다정함이 우리의 본성임을 일깨워준다”고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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