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집값 더 오르겠네”…대기업들 입주하려 줄섰다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3. 3. 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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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연구는 판교, 제조는 지방
“젊은 인력 일하기 좋은 곳으로”
중후장대 제조업 연이은 판교행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지인 판교로 제조 대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젊은 층에서 제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자 근무 여건이 좋은 판교에 설계·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고급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부가가치 영역인 설계와 연구개발은 판교에서, 실제 제품 생산은 지방에서 하는 분업구도가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대기업 수는 작년 말 기준 68개사에 달한다. 이는 지난 3년 새 28.3%(15개사) 늘어난 규모다. 이들 대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들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정보통신, 생명과학, 문화콘텐츠, 나노기술 관련 기업들과는 결이 다른 전통 제조기업들이 많다.

판교는 안랩, 한글과컴퓨터, 아프리카TV,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NHN, 크래프톤, 차바이오텍 등 한국을 대표하는 IT, 소프트웨어, 게임업체, 바이오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실제 판교 입주기업의 66.8%가 IT기업이고 14.4%는 BT기업이다. 이런 판교에 조선, 철강, 원자력발전 등 중후장대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자리잡은 HD현대 글로벌리서치센터 전경. [사진제공 = HD현대]
실제 HD현대는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본사를 기존 서울 계동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GRC)로 변경했다. 이로써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등 17개 계열사들이 연내 판교 사옥으로 모두 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설계·연구개발 인력 등 엔지니어 5000여명이 판교에서 근무하게 된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1월 3일 양재동 등 서울 곳곳에 분산돼 있던 사무실을 모아 판교 그레이츠판교(옛 크래프톤타워)로 이전했다. 이번에 판교로 이동한 인력은 1100명에 이른다. 국내 철강회사가 판교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삼성중공업은 판교R&D센터를 짓고 본사를 이전했다. 이곳에선 설계·연구 인력들이 다수 포진해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두산그룹도 2020년 정자동에 27층 규모의 신사옥을 건설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 두산밥캣, 두산큐벡스 등이 입주했다. 한화그룹 태양광사업 계열사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도 2019년 판교에 차세대 셀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처럼 소위 굴뚝 산업으로 불리는 중후장대 제조업체들이 속속 판교로 몰려드는 것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판교는 경부고속도로와 분당내곡고속화도로, 분당수서간고속화도로 등은 도로망과 신분당선, 분당선 등 대중교통망을 갖춰 서울 강남권과 접근이 용이하다. 아울러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비롯한 고급상권이 발달해 있고 서울대병원, 차병원 등 의료기관과 우수한 학군까지 갖추고 있어 주거지로 인기가 높다.

그동안 제조기업들은 설계·연구개발·공정관리 분야에 투입해야할 공과대학 출신의 우수 엔지니어들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어왔다. 대졸 구직자들이 지방근무를 기피하는 탓이다. 판교에 연구개발센터를 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설계 인력이 반드시 제조 현장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본 설계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후 제품 제조 과정에서 상세 설계를 할 때 현장에 내려와서 협업하는 식으로 설계인력들이 판교 근무와 지방 근무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교 이주 효과는 곧바로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들어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채용 결과 작년 하반기 공채 대비 지원자가 67% 급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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