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수익률 46%' 반도체회사 찍었다…경영권 '전운'

김민성 기자 2023. 3. 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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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지분 7.05% 사들여 2대주주로…"자사주 소각 및 독립적 이사회 구성해야"
DB하이텍, 우호지분 합쳐도 17.78% 그쳐 '위태'…팹리스 분사·지주사 전환 등 여파 주목
강성부 KCGI 대표2020.2.2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이번엔 시스템반도체 상장사인 DB하이텍(000990)을 타깃으로 삼았다. 지분 7.05%를 사들이고 자사주 소각, 이사회 독립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KCGI가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DB하이텍 경영진과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전날(30일)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KCGI는 DB하이텍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DB Inc(지분율 12.42%)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주력으로 하는 DB하이텍은 지난해 영업이익 768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 반영된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3971억원, 영업이익 1536억원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한파를 비켜가고 있다. 주력인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무려 46%에 달하는 눈부신 실적으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영업이익률 52%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지난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분사하는 안건이 가결되면서 팹리스를 자회사로 떼어내고 순수 파운드리 기업으로 새 출발하게 됐다.

KCGI는 "DB하이텍이 반도체 분야 특화 공정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위를 다지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극도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권익 제고를 위해 사측에 경영 쇄신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그간 다른 상장사에서도 일관됐던 행동양식이다.

KCGI는 이번 팹리스 부문의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지난해 9월 사측이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할 뜻을 밝힌 지 6개월만에 다시 물적분할에 나선 것을 문제삼았다. KCGI는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시장과 소통이 부족해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갈등과 반목이 있었으며 분할 의도와 이중상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은 팹리스 부문 자회사가 추후 상장할 경우 DB하이텍의 주식가치가 훼손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DB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오너가(家) 지분이 적어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특수관계인까지 모두 합쳐도 최대주주 관련 지분율은 17.78% 수준에 그친다.

KCGI가 전체 지분의 75%를 차지하는 소액주주 일부와 연대하면 이사 선임 등 경영권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KCGI는 한진칼(180640)과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혁신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이를 통해 주가 상승 등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KCGI가 팹리스 물적분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분사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DB그룹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액주주들은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 등을 통해 DB하이텍 주가를 눌러왔다고 주장해 왔다.

KCGI는 DB하이텍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일반주주들이 임명한 이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KCGI 관계자는 "DB하이텍이 자사주 매입·소각 및 자체 재원 마련을 통한 지분 추가 매입 등으로 지주사 지분율을 확대해, 지주사 전환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DB그룹은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KCGI의 이번 지분 취득에 대해 "별도의 공식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만1200원(18.33%) 오른 7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7만67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총은 3조2100억원으로 늘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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