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대신 무릎 꿇은 전우원씨…5·18 유족 눈물로 손잡다

2023. 3. 3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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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27) 씨가 31일 5·18 유가족과 피해자를 만나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는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다.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가족을 대신해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 더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머리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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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 씨 5·18 묘지·유가족 만나 무릎 꿇고 사죄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유가족인 김길자 씨를 위로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27) 씨가 31일 5·18 유가족과 피해자를 만나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5·18 유가족들은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자주 오라'고 화답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다.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가족을 대신해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 더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머리 숙였다.

그는 5월 항쟁으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 큰절을 하며 사죄의 마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후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우원 씨는 희생자 묘역 앞에서 또 무릎을 꿇었다.

안내받은 희생자들의 묘비를 하나하나 겉옷으로 닦으며 한 맺힌 영령의 넋을 위로했다.

그는 참배 직전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이십니다'라고 적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 내 1묘역 고 김경철 열사 묘비를 닦고 있다. 연합뉴스

참배를 마친 우원 씨는 5·18 유족인 어머니들이 모여있는 옛 전남도청 별관을 찾아 다시 큰절을 올렸고, 5월 항쟁 당시 헬기 사격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일빌딩245' 현장도 찾았다.

그는 "너무 늦게 와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약하다 숨진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우원 씨의 손을 꼭 잡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이도 어린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두렵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했다.

김 여사는 "이제는 광주를 제2의 고항처럼 생각하고 자주 오라"며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 진실을 밝히자"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이명자 전 5월어머니집 관장 역시 "우리는 전두환의 '전'자만 들어도 사지가 떨리던 사람들인데 진정어린 사과를 해주니 마음이 풀린다"며 "진정성을 끝까지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전 씨는 "저한테 돌을 던져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인데 오히려 따뜻하고 너그럽게 대해주셔서 더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오늘 하루만 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라며 "5·18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우원 씨가 순수한 마음으로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원 씨는 이날 5·18 관계자들을 만나는 공식 일정 이외에도 주말까지 비공식 만남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명열사 묘비의 먼지를 옷으로 닦고 있다. [연합]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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