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전우원의 눈물 사죄, 유족의 눈물 포옹, 그리고 복잡한 시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두환 씨 가족이 5·18 민주묘지 참배하는 모습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사과 한 마디 없었기 때문이죠. 전 씨 가족 중에 처음으로 손자 전우원 씨가 오월 영령들에게 참배하고 유족들 앞에서 무릎 꿇고 할아버지 대신 용서를 구했는데요, 우원 씨나 유족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전두환 손자의 사죄 방문을 광주시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옷으로 묘비 닦으며 "사죄드립니다"
전 씨는 한 곳도 빠짐없이 무릎을 꿇었고, 입고 있던 겉옷으로 묘비와 영정 사진을 닦아줬습니다. 한 시민이 수건을 건네기도 했지만 전 씨는 수건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시민군 고 문재학 열사의 묘소에 이르자 문 열사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여기 있는 우리 아들을 너희 할아버지가 죽였다.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며 가슴에 묻은 아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김 여사는 아들이 잠든 묘소를 향해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고 말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묘역 주변이 침통한 분위기였고, 눈물로 우원 씨의 참배를 지켜본 시민도 있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진압 책임자 전두환의 후손이 묘비를 닦아내며 참배하는 모습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겁니다.
"여기 묻힌 분들이 민주주의 아버지"
전우원 씨는 할아버지 전두환 씨를 학살자라고 한 데 이어, 전두환 씨의 유혈진압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했으니 이순자 씨와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정반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전 씨는 민주묘지 참배 전에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도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며 무릎 꿇었습니다.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고 할아버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전두환 손자 지켜보는 여러 시선들
전 씨의 사죄 방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데요,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상 규명 이후에는 사죄와 용서, 화해와 상생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우원 씨의 사죄가 하나의 계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환영 일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 씨를 보는 5·18 단체나 광주 시민들의 심정은 복잡하다고 합니다. 유혈진압 책임자의 손자, 그것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받는 손자의 사죄 방문에 불편함이 없을 수 없겠죠.
우선 전우원 씨 사죄 방문이 자칫 전두환 일가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가 광주에 있다고 합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를 볼까요.
김 관장은 "전두환 씨 손자 중에 이런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버젓이 살아있는 이순자 씨와 장남 전재국 씨 등은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고 있는데 손자의 독단적 행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부모 입장에서 그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돼 격려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도울 뿐이지, 그를 영웅시하던가 용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말했습니다.
5·18 단체 관련자 가운데는 "마약 사범의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언행에 5·18 단체와 시민 전체가 놀아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습니다.
이런 시선들이 있지만 광주는 전우원 씨를 품었습니다. 마약 혐의와 사죄 진정성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 많은 듯합니다. '사죄하러 오는 전두환 손자를 마약 혐의자라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진정성을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전우원 씨, 귀국 사흘 만에 출국금지
경찰은 "모발 검사 등은 기간이 두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수사가 길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출국금지 기간이 두 달 넘을 수 있다는 거죠.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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