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미디어 주체? 진짜 권력은 플랫폼에 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먹방'과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를 합친 말로 일상 기록 영상)를 즐겨 보고 콘텐츠 '몰아보기'가 새로운 미디어 향유 방식이 된 시대다.
거대 담론만 다뤘던 매스미디어는 힘을 잃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지금.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플랫폼의 미끼…리터러시 능력 갖춘 공동체 필요"
'먹방'과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를 합친 말로 일상 기록 영상)를 즐겨 보고 콘텐츠 '몰아보기'가 새로운 미디어 향유 방식이 된 시대다. 동네 맛집은 인스타그램으로 순식간에 전국구 맛집이 되고 거대 이벤트보단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더 주목받는다. 거대 담론만 다뤘던 매스미디어는 힘을 잃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지금. 과연 개인이 미디어의 주체가 된 걸까.
미디어 환경의 급변을 분석한 책 '포스트 매스미디어'(컬처룩 발행)를 최근 펴낸 김용찬(56)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를 "구체제는 물러가고 있으나 새로운 체제가 완전히 오지 않은 일종의 인터레그넘(interregnum· 왕의 부재 기간) 상태"라고 비유했다. 현재 마치 개인 자신의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착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도시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미디어 등에 관심을 기울여 온 중견 미디어 사회이론 연구자. 그는 "인류역사상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쏟아낸 적은 없었을 정도로 소소한 이야기들을 어디엔가 포지셔닝할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 콘텐츠가 만든 경제적 가치를 제작한 주체가 온전히 가져가느냐를 살펴봤을 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연관성 있는 이야기들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실제 생산한 개인이나 공동체가 갖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과 같은 제3자들이 갖는 최근의 현상을 그는 책에서 '연관성 초위기'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포스트 매스미디어 시대의 또 다른 문제는 '미디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그가 든 예는 제주의 한 마을에 생긴 독립서점. 서점을 찾는 이들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서점의 멋진 이미지를 본 젊은 도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작 연령대가 높은 마을 주민들이 볼 만한 책은 서점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결국 소셜 미디어에서 서점이 유명해질수록 원주민들은 그 공간에서 밀려난다. 김 교수는 "소셜 미디어상 만들어진 동네의 새로운 이미지는 오프라인의 삶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다가온다"고 파악했다.
문제는 이용자들이 실질적으로 권력을 쥔 플랫폼의 정체를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점이다. 김 교수는 "플랫폼은 판만 깔아주고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더 근본적 차원에서 큰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페이스북만 보더라도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는 데이터화돼 마케팅이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되고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콘텐츠는 미끼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연관성 위기는 극복했을지라도 연관된 이야기에 대한 대가를 온전히 받지 못하는 게 바로 이 초위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플랫폼 기업 등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체들이 왜곡시킨 미디어 상황을 바꾸려면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그는 "단순히 개인의 역량으로서의 리터러시(매체 이해 능력)를 넘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커진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시민 운동을 통해 미디어 환경 자체를 시민 권력으로 가져오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엄마까지 가짜였다… 워싱턴 활보한 美 명문대학원생 정체
- 손예진, 현빈과 결혼 1주년 자축…투샷 공개
- 남경필 전 경기지사 장남... 풀려난 지 닷새 만에 또 마약
- 김의겸 "한동훈에 벌벌 떨어? 열불 나서 부르르 떨어"
-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하길..." 화마에 스러진 나이지리아 4남매 발인
- 뒤늦은 블랙핑크 공연 보고 소용없었나… 대통령실 "행사 일정에 없다"
- 전도연 "해피 엔드 후 광고 '뚝…어머니도 시집 걱정에 눈물"
- 지하철 2호선 열차 창문 뜯어간 남성은 철도덕후?
- "北 구금시설서 남성 교도관이 여성 수감자 알몸 검사"
- "내가 부모라도 자식에 의대 권할 것" 국내 시스템 반도체 대표들의 일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