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잔] "2년 전부터 건의가…" 단단히 착각하는 일부 축구인들, 용서는 팬들의 몫

김태석 기자 입력 2023. 3. 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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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가능했던 이사회 결과였다.

그러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이사회 직후 입장문에서 축구계에 만연한 그릇된 '패밀리 문화'가 엿보였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정 회장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약 1시간가량 진행한 후, 연단에 올라 별도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축구계를 어수선하게 한 것과 관련해 크게 사죄했다.

우리 축구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토양을 더럽힌 승부조작 관련 비위 축구인들의 용서 여부는 대한축구협회의 권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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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신문로)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예상 가능했던 이사회 결과였다. 그러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이사회 직후 입장문에서 축구계에 만연한 그릇된 '패밀리 문화'가 엿보였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승부조작을 비롯한 축구계 비위자들에게 어설픈 동정 여론이 실제로 존재해 축구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는 31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 2층 다목적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회했다. 이번 임시 이사회는 지난 28일 저녁 5시 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열었던 2023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승부조작 가담자를 비롯한 징계 축구인 100명의 사면안과 관련해 크게 논란이 일어나자 이를 재심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 회장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약 1시간가량 진행한 후, 연단에 올라 별도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축구계를 어수선하게 한 것과 관련해 크게 사죄했다. 그리고 문제의 사면안을 전면 철회키로 했다.

정 회장은 자신의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면안이 마련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그의 입장문을 접하며 납득할 수 없었던 대목이 있다. 정 회장에게 끊임없이 비위 축구인들을 사면해달라는 축구계 내 민원이 많았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승부조작이 스포츠 근본정신을 파괴하는 범죄라는 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걸 저 역시 잘 알고 있다"라고 운을 뗀 후, "10년 이상 오랜 세월 그들이 충분히 반성했고 죗값을 어느 정도 치렀으니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부 축구인들의 건의를 2년 전부터 계속 받았다"라고 말했다. 본인 역시 승부조작과 관련한 범죄가 얼마나 엄중한지 잘 알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도, 축구계 일각에서 계속 사면해달라는 건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언급한 이 축구인들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우리 축구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토양을 더럽힌 승부조작 관련 비위 축구인들의 용서 여부는 대한축구협회의 권한이 아니다. 당시 사건의 피해자는 축구인이 아니라 팬 그리고 축구계에 많은 돈을 지원했던 스폰서였다. 좀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그 시절 일부 축구인들의 포지션은 미안한 얘기지만 엄연히 가해자였다. 모든 축구인들을 도매금으로 묶어 평할 수 없겠으나, 함부로 용서나 사면을 입에 담을 만한 위치가 아니다.

물론 심정적으로 이해는 한다. 그때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그들은, 어떤 축구인들에게는 제자일 수 있고 절친한 동료였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적인 측면에서 딱하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헌데 그렇다고 해서 도움의 수단이 축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이기에 용돈을 빌려주거나 생계를 해결할 일자리를 알아봐 주거나 새로운 인생을 격려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수단이 축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팬들의 요구다.

분명 큰 잘못을 했지만 평생 축구만 했기에 축구로만 살 수 있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혹은 한번은 용서해줄 수 있지 않으냐는 축구계 내 어설픈 동정 심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척결되어야 한다. 매몰찰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은 12년 전에 더 크게 아팠었다. 그리고 이러한 팬들의 요구는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축구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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