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이름으로' 기업 개명 붐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3. 3. 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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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넷제로 등 가치 반영
오래된 이미지 벗고 '확장성'
롯데웰푸드·포스코퓨처엠…
올해만 20여개社 간판 바꿔
"어떤 회사인지 몰라" 지적도

'롯데웰푸드(롯데제과), KG모빌리티(쌍용자동차), 포스코퓨처엠(포스코케미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사명 변경 바람이 거세다. 회사 간판에 미래 비전을 담아내기 위해 국민들에게 친숙했던 이름까지 과감히 버리고 나선 것이다. 새로운 사명은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벗어나 친환경과 신기술 등을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04곳이 지난해에 이름을 바꿨고, 올해 들어서는 20여 곳이 벌써 간판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날만 해도 주주총회를 거쳐 신영건설이 신영씨앤디로,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K파워텍으로 교체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조만간 '한화오션'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가장 획기적 변신은 1967년에 설립돼 무려 56년간 이름을 지켰던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4월부터 '롯데웰푸드'가 된다.

롯데푸드와 합병한 뒤 과자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를 비롯해 신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이름을 고른 측면도 있다.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1년 새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한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퓨처엠으로 재탄생했다. 사명에서 '엠(M)'은 '소재(Material)' '변화(Movement)' 등을 나타내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원래 포철로재에서 2001년 포스렉, 2010년 포스코켐텍, 2019년 포스코케미칼에 이어 포스코퓨처엠까지 10여 년 단위로 사명 교체가 단행됐다. 포스코강판은 포스코스틸리온으로,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이앤씨로 거듭났다.

옛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창립 50년 만에 HD현대로 탈바꿈한 뒤 계열사 이름도 속속 바꿨다.

SK그룹도 지속적으로 사명 변경에 나서고 있다.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바뀐 데 이어 올해는 SK루브리컨츠가 SK엔무브가 됐다. 윤활유라는 사업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름에 에너지, 화학 등이 들어가면 근본적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사업 다각화가 폭넓게 이뤄지면서 옛 사명만으로는 비전을 모두 담아낼 수 없게 됐다"며 "최근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바람과 함께 디지털, 인공지능(AI) 등 기술 변화를 이끄는 이미지를 담은 이름이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름만으로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명에서 업종을 빼면서 정체성 혼선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간판만 그럴듯하게 바꿔놓는 기업도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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